행안부장관을 지낸 김부겸 의원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광주일고 정권’ 발언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한겨레 자료 사진.
“오죽하면 자유한국당이 ‘지역주의’와 ‘북한’으로 지탱하는 정당이라는 말이 나돌겠느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광주일고 정권’ 발언에 대해 김부겸 의원(더불어민주당·대구 수성구갑)이 31일 이렇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사진)에 글을 올려 “나 원내대표가 어제 부산에서 ‘광주일고 정권’을 운운하며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연설을 했다. 제1야당 원내대표의 말이라고는 절제와 품격을 찾기 힘든 발언”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렇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우리 정치권에는 더 이상 정쟁에 동원하지 말아야 할 세 가지 소재가 있다. 지역주의, 광주민주화운동, 북한(색깔론) 문제다. 이것은 한국사회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른 끝에, 법적 역사적으로 논란을 마감한 사안들이다. 심지어 한국당의 앞선 인사들조차 엄청난 과오 끝에 스스로 조심하고 넘어서려 하지 않던, 금도”라고 밝혔다.
이어 “지역주의는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가 한국 정치의 가장 큰 폐해를 호남에서부터 불식하자고 호소한 끝에 극복했던 문제다. 광주사태라 부르며 폄훼하던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재평가한 것은 신한국당의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최근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자제가 광주를 찾아 역사 앞에 사죄했다. 분단 이후 최초로 통일과 관련한 남북합의인 72년 7·4 남북공동성명은 박정희 대통령이 발표한 것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7·7선언을 통해 남북화해정책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 금도를, 지금 한국당은 너무나 쉽게 넘어서고 심지어 짓밟고 있다. 몇 달 전, 나 대표가 대구에 와서 지역주의를 자극하는 발언을 했을 때는 실언이겠거니 참았다. 대구에서는 가덕도 신공항을 부산에 줘 TK를 차별한다고 하더니, 어제는 ‘광주일고 정권’이라서 부울경을 차별한다고 한다. 가는 곳마다 이런 식의 아무 말이나 해대니, 실수가 아니라 악습이고 아주 고질이다. 그나마 자기 선배들이 했던 것조차 나경원 대표는 거꾸로 되돌리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지난 30일 나 원내대표는 부산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규탄대회’에서 “이 정권(문재인 정권)은 광주일고 정권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부산, 울산 경남지역 주민들이 뭉쳐서 반드시 심판하자”, “서울 구청장 25명 가운데 20명이 광주, 전남, 전북 출신이더라” 등의 말을 쏟아냈다. 한국당 지도부는 대구·경북에 와서도 ’티케이(TK) 홀대론‘을 주장하며 지역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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