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영남

구미 시장이 ‘박정희 탄신제’ 가지 않는 이유

등록 2019-07-02 19:00수정 2019-07-02 22:27

장세용 구미 민주당 시장의 고군분투 1년

경북 기초단체장 중 민주 유일
‘박정희 생가’ 보수결집 장소로

툭하면 시청 몰려와 규탄 집회
탄신제 가는 대신 ‘구미형 일자리’ 행보
전기차 배터리 기지 유치 나서
장세용 경북 구미시장이 2일 오전 구미시청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구미시 제공
장세용 경북 구미시장이 2일 오전 구미시청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구미시 제공
“특정 정치 세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독점해 이용하려는데 내가 탄신제에 갈 필요는 없다고 봤다. 그 시간에 구미 경제를 살리고 주민들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세용(66) 구미시장은 2일 오전 경북 구미시청에서 진행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장 시장은 지난해 박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린 탄신제와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구미시 새마을과를 시민공동체과로 이름을 바꾸려고도 했다. 그러자 구미에서는 ‘박정희 대통령 역사 지우기 반대 대책위원회’가 출범해 한동안 구미시청 앞에서 집회를 했다.

그는 대구·경북에서 유일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이다. 지난해 6월 치러진 제7회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이양호 후보를 3862표(2.1%포인트) 차이로 꺾고 극적으로 당선됐다. 경북에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단체장에 당선된 것은 1995년 박기환 포항시장(민주당), 1998년 신정 울진군수(새정치국민회의)에 이어 세번째다.

그래서일까. 장 시장은 경북의 기초자치단체장 23명 가운데 1명이지만 늘 화제가 된다. 보수단체는 걸핏하면 구미시청이나 박 전 대통령 구미 생가를 찾아와 장 시장을 규탄하는 집회를 연다.

지난해 11월4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앞마당에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모형이 세워져 있다. 김일우 기자
지난해 11월4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앞마당에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모형이 세워져 있다. 김일우 기자
장 시장은 지난 5월 지역 행사에서 구미 출신 인물 중 김재규를 소개하다가 “장군”이라고 호칭을 쓴 적이 있다. 장석춘 국회의원(한국당·구미시을)은 “박 전 대통령을 살해한 김재규를 어떻게 장군이라 부를 수 있냐”며 대국민사과를 요구했다.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은 실제 연대장과 사단장을 거친 장군 출신이다. 장 시장은 “전임인 남유진 시장이 이념적으로 너무 극단적인 구미의 이미지를 만들어놔서 사소한 말 하나도 트집이 잡힌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생가는 원래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2013년 11월14일 열린 96회 탄신제에서 당시 남유진 구미시장이 “박정희 대통령은 반신반인(반은 신이고 반은 인간)”이라는 추도사를 하며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박 전 대통령 생가는 보수단체의 ‘성지’로 변했다. 지난해 11월 이곳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 101회 탄신제에서는 태극기를 든 보수단체 회원 수백명이 몰려왔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 동상 앞에서 “문재인 빨갱이”라고 외치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들은 탄신제가 끝난 이후에도 돌아가지 않고 구미 도심을 행진하며 장 시장을 비난했다.

장 시장은 올해 박 전 대통령 탄신제와 추모제에도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탄신제와 추모제를 특정 정치 세력이 이용하고 있어 내가 갈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 전 대통령을 독점하려는 사람들이 탄신제에 참석해 욕설 등을 하는 등 한바탕 난리가 났다”면서 “이런 정치적 색깔과 극단성이 구미에 대기업을 유치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줄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그는 또 “구미시 새마을과를 시민공동체과로 이름을 바꾸려고 했던 것도 더이상 관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행정에 참여하기를 바랬던 것인데 ‘박정희 전 대통령 지우기’라고 딱지를 붙여버리니 허탈했다”고 털어놨다.

2일 오전 경북 구미시청 앞 도로에 구미형 일자리인 LG화학 투자를 환영하는 펼침막이 걸려있다. 김일우 기자
2일 오전 경북 구미시청 앞 도로에 구미형 일자리인 LG화학 투자를 환영하는 펼침막이 걸려있다. 김일우 기자
장 시장은 취임한 지 1년 만에 구미형 일자리의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함께 지난달 7일 엘지(LG)화학에 투자유치제안서를 제출했다. 그는 “양극재는 자동차 배터리 산업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핵심 소재인데 엘지화학과 협의를 하고 있다. 투자액 6000억원, 직간접 고용 1000명 이상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미국가산업5단지에 양극재 생산공장이 들어서면 구미를 전기차 배터리의 전략기지이자 신산업의 허브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장 시장은 “만나는 주민의 99.9%가 경제를 살려달라고 당부한다”고 했다. 2004년 구미의 수출액은 274억달러로 전국 수출액의 10.8%나 됐다. 하지만 이후 구미 경제는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해 구미의 수출액은 258억달러로 전국 수출액의 4.3%에 그쳤다. 대기업 공장의 수도권 또는 해외 이전, 중국과 치열해진 경쟁 등이 그 이유로 꼽힌다. 구미국가산업단지에서 일하는 노동자 숫자도 10만명 선이 무너졌고, 구미국가산단 평균 가동률도 70%에 머물고 있다. 장 시장은 “구미는 소재와 부품 산업 중심인데 완성품 제조가 필요한데, 시장 재직 기간에 완성품 생산까지 이뤄지는 산업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