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범시민유치위원회 대표단이 27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성당 앞에서 부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판이 흔들리고 있다.”
2030 세계박람회 개최지 발표를 하루 앞둔 27일 오후 부산시 관계자는 “리야드의 독주 구도를 깨는 데 성공했다. 최선을 다했으니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와 재계, 정치권 등의 말을 종합하면, 부산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의 3자 구도로 진행돼온 2030 세계박람회 유치 경쟁은 로마가 뒤로 처지고, 부산이 리야드를 맹추격하는 구도다. 부산에 앞서 일찌감치 득표 활동에 뛰어든 리야드가 여유 있게 앞서다가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의 올해 4월 부산 방문을 계기로 분위기가 반전됐다는 게 부산시 주장이다.
유치단은 이날도 프랑스 파리에서 치열한 막판 득표 활동을 벌였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5대 그룹 총수들은 지난 주말부터 잇따라 파리에 집결해 막판까지 힘을 보탰다. 정부 유치위원회는 “그동안 재계 총수와 경영진들이 부산 엑스포 유치 활동을 위해 이동한 거리만 지구 197바퀴(790만㎞)에 이른다고 밝혔다. 부산시 범시민유치위원회 대표단 16명도 파리 중심가 트로카데로광장 등에서 한복 차림으로 ‘엑스포 2030 부산’이라고 적힌 부채를 흔들며 지지를 호소했다. 거리에서 마주친 파리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부산시 상징인 ‘부기’ 인형과 스티커, 모자를 나눠주기도 했다. 현지 교민 100여명도 자전거를 타고 파리 시내를 돌며 부산 지지를 호소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1년여 동안 조직적으로 움직여왔다. 민간 유치위원회는 국제박람회기구 182개 회원국 중 네트워크가 있는 110여개국을 기업별로 나눠 전담하는 방식을 택했다. 해당국에 투자를 했거나 법인이 진출한 기업들과 매칭해 득표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특히 캐스팅보트를 쥔 카리콤(카리브해 공동체) 12개국, 태평양 도서국 11개국, 아프리카 국가 등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를 집중 접촉해왔다.
유치단 일각에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갈등이 격화되는 최근의 중동지역 정세가 부산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면서 리야드를 지지하려던 기독교권 나라들의 이탈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팔레스타인에 동정 여론이 많은 서아시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태평양 도서국 등 글로벌 사우스의 표는 ‘친이스라엘’에 가까운 한국 도시 부산에 표를 주기 어려운 구도라는 것이다. 막강한 자금력의 사우디는 최근까지도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대대적 투자를 약속하며 막판 표 단속에 매진해왔다.
부산시는 애초 1차 투표에서 승기를 잡는다는 목표를 잡았다가 리야드가 다시 회원국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상위 1·2위가 붙는 결선투표에서 뒤집기를 노리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과 리야드 누구도 1차 투표에서 개최지로 확정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결국 3위를 차지한 로마 표가 결선투표에서 어디로 더 많이 가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부산의 역전이 가능하다고 보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 범시민유치위원회 대표단이 27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르언덕에서 부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를 선정하는 국제박람회기구 총회는 28일 오후 2시(한국시각 밤 10시) 시작된다. 마지막 5차 프레젠테이션이 부산–로마–리야드 순서로 20분씩 주어진다. 전자투표 방식인데 1차 투표는 오후 4시(한국시각 29일 0시)에 한다. 전체 회원국 3분의 2 이상 출석해서 출석 회원국의 3분의 2 이상 득표하지 않으면 1·2위가 결선에 오르고 다득표를 차지한 나라가 개최지가 된다.
김광수 김회승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