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초등교사가 숨진 지 49일을 맞은 4일 부산시교육청에서 열린 추모집회에 참여한 부산 초·중·고교 교사들이 교권보호 근본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전국 교사들의 집회가 이어지는 가운데, 부산에서도 처음으로 현직 교사들이 집회를 열었다.
부산의 초·중·고교 교사들은 4일 오후 5시~7시까지 부산시교육청 안에서 서초구 초등교사 추모 집회를 진행했다.
‘부산교사 일동’이라고 밝힌 주최 쪽은 경찰에 집회 신고를 하면서 1천여명이 예상된다고 했으나, 집회 중반 2500여명이 넘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설립과 관련해 대규모 집회가 열린 뒤, 부산에서 개최된 교육현안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집회 가운데 가장 많은 현장교사가 참여한 집회로 기록됐다.
4일 부산시교육청에 마련된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 추모 임시 분향소에 초등학생과 교사가 추모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교사들은 이날 수업을 마치거나 병가나 연차를 내고 검은색 옷을 입은 채 부산시교육청에 집결했다. ‘슬픔을 넘어 변화로!’라는 제목으로 열린 집회에서 교사들은 차례로 연단에 올라 교권이 침해당하는 처참한 교육 현실을 토로하며 고발했다.
한 초등교사는 “부산시교육청 현장 체험학습 매뉴얼에 따라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숙박형 체험학습을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 그런데 학부모가 ‘80% 동의가 없으면 숙박형 체험학습을 가지 못하냐’고 따졌다. 학교로 찾아와 교장에게 큰소리쳤고 국민신문고에 민원까지 넣었다”고 울먹였다.
고교 교사는 “2014년 고교 1학년 담임을 맡았는데 제자가 제 텀블러에 오줌을 넣은 줄을 모르고 두 차례나 마셨다. 경찰 조사를 요구했지만, 만 16살이 되지 않으면 학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 데 동의를 받지 못해서 오줌 샘플을 받지 못했다고 했고 결국 유야무야 넘어갔다. 서초구 교사보다 나는 운이 좋았다. 교사를 보호하지 않는 교단에 배신감과 절망감을 느낀다. 교육감 등은 교사를 보호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이처럼 동료가 울먹이며 현장을 고발할 때마다 참석자들은 눈물을 훔쳤고, 일부 교사는 오열하기도 했다.
서울 서초구 초등교사가 숨진 지 49일을 맞은 4일 부산시교육청에서 열린 추모집회에 참여한 부산 초·중·고교 교사들이 교권보호 근본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이날 교사들은 교권 침해를 가로막는 아동관련 법률 개정을 요구했다. 병가를 내고 집회에 참석한 21년 차 초등교사는 “후배 교사가 손을 붙잡고 힘을 실어달라고 해서 참가했다. 잘못한 아이를 훈육하려고 교무실에 데리고 가면 아동복지법 등 위반 혐의로 고발당하기 일쑤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끼리 싸워도 제대로 화해시키거나 적절한 조처를 하기 힘들다. 교권 보호를 위해 아동복지법 등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