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법원이 일본 도쿄전력이 계획 중인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중단해 달라는 부산시민환경단체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산시민환경단체는 “일본 정부에 날개를 달아줬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지방법원 민사6부(재판장 남재현)는 17일 부산 환경·시민단체를 대표하는 16명이 도쿄전력을 상대로 낸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 금지 청구 소송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1996년 11월 런던에서 작성된 ‘폐기물 및 그 밖의 물질 투기에 의한 해양오염방지에 관한 1972년 협약에 대한 1996년 의정서’(런던의정서 및 공동협약)는 우리나라와 일본 모두 체결·가입 당사국이고 두 나라에서 발효됐지만 국제법상의 권리·의무와 국제법적 분쟁해결절차를 규율하고 있을 뿐이어서 어느 체결·가입 당사국 국민이 다른 체결·가입 당사국 국민에게 직접 금지청구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어느 당사국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규범이 된다고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원고들이 인용한 우리나라 민법 217조 1항(토지소유자는 매연, 열기체, 액체, 음향, 진동 기타 이에 유사한 것으로 이웃 토지의 사용을 방해하거나 이웃 거주자의 생활에 고통을 주지 아니하도록 적당한 조처를 할 의무가 있다)은 우리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이 없어 판단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법원의 판단은 우리나라와 일본이 국제협약에 가입했더라도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행위가 국제협약을 어긴 것이라고 하더라도 양쪽 법원이 관여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에 대해 부산시민사회단체 166곳이 활동하는 ‘부산고리2호기 수명연장 · 핵폐기장 반대 범시민운동본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어 “이제 오늘 부산지방법원에서 선고된 방사성물질 및 처리수의 해양투기 금지 각하 결정은 ‘헤이그 송달 협약’ 때문에 우리나라 대법원을 거쳐 일본 대법원으로 전달되어 이달 말로 예정된 해양투기에 날개를 달아주게 되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에 ‘방류 보증서’를 제공한 것과 같이 우리나라의 사법부는 국민을 위한 정의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대한민국의 주권을 허물어 버렸으며 세계적인 정의에도 흠집을 내어버린 결과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밝혔다.
또 “아울러 해양생태계의 오염과 파괴 그리고 어민의 시름을 가속화하고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에는 적신호가 켜지게 되었다. 역사는 대한민국 사법부의 오늘날 이 선고를 길이길이 기억하며 평가할 것이다. 우리 사법부는 준엄한 역사적 심판을 각오해야 할 것을 다시 한 번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부산 시민·환경단체 대표·활동가 16명은 2021년 4월 부산지방법원에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 금지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