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탱크에 보관 중인 방사성물질 오염수. 연합뉴스
해녀, 어업인, 수산업자, 외국인, 고래, 임신부, 일반 시민 등 4만명이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소원 청구를 대리하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16일 오전 헌법재판소에 청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대표 청구인으로는 제주 구좌읍 월정리 해녀 김은아(48)씨가 이름을 올렸고 4만25명이 참가했다고 민변은 설명했다. 한반도 연안에 사는 것으로 파악된 고래(밍크고래·큰돌고래·남방큰돌고래) 164마리도 청구인단에 포함됐다.
대표 청구인 김씨는 서울 서초구 민변 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해녀들 사이엔 ‘바다가 죽으면 우리도 죽는다’라는 말이 있는데 바다의 오염은 해녀들의 생계가 끊기는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 투기를 저지해야 할 한국 정부가 손 놓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뭐라도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청구인단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헌법소원의 피청구인은 윤석열 대통령, 국무총리, 외교부 장관, 해양수산부장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원자력위원회 위원장, 식품의약품안전처장,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으로 오염수 해양투기와 관련해 각종 조처를 할 수 있는 국가기관이다.
민변 대리인단은 대통령 등 피청구인들이 헌법상 의무를 위반해 청구인들의 생명권, 건강(보건)권, 환경권, 안전권, 재산권, 근로의 권리, 직업의 자유, 알 권리,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이하 ‘생명권 등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반대성명 발표,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잠정조치 신청 등 일체의 외교적 조치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한국 정부의 독자적이고 독립적인 방사선 환경영향평가 실시 △일본산 수입 수산물의 방사능 전수조사 조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행위에 대한 적절한 정보제공과 국민의 참여를 보장하지 않는 등 공권력의 불행사로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피청구인들이 지난 6월15일 브리핑 등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10가지 괴담’ 카드뉴스 배포하는 등 오염수 해양투기를 옹호하고, 소극적 방사능 검사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형식적 시찰단 파견 등 오염수 위험에 대해 충분한 조처를 하지 않아 청구인의 생존권, 환경권, 알 권리 등 기본권을 침해했다고도 주장했다.
조영선 민변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오염수 방류로 헌법 제35조의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가 침해받았다”며 “이를 저지하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정부를 헌재에 제소한다”고 했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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