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한 야산에서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갓난아기의 주검을 수색하고 있다. 경남경찰청 제공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갓난아기가 죽자 이 사실을 숨기려고 아기를 몰래 땅에 파묻은 부모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남경찰청 여성청소년대상범죄수사대는 30일 태어나서 닷새 만에 죽은 자신의 아들 ㄷ군을 동네 야산에 몰래 파묻은 혐의(사체은닉)로 ㄱ(20대)씨와 ㄴ(30대·여)씨 부부를 긴급체포했다. 이들 부부는 지난해 9월5일 경남 거제시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아들 ㄷ군을 낳아 같은 달 9일 퇴원했으나, 퇴원 당일 집에서 자고 일어났을 때 아이가 죽은 것을 발견하고, 다음날 새벽 아이를 비닐봉지에 담아서 동네 야산에 몰래 파묻은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2일 감사원은 보건복지부 정기감사 결과,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동안 출산 관련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가 경남 122명 등 전국적으로 2236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경남도는 지난 28일부터 122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ㄴ씨의 주민등록상 주소지인 경남 고성군이 ㄷ군의 정확한 소재가 파악되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고, ㄱ·ㄴ씨 부부가 죽은 ㄷ군을 땅에 몰래 파묻은 사실이 드러났다. 경남 122명 가운데 숨진 것으로 확인된 것은 ㄷ군이 두 번째다.
경찰은 “ㄱ·ㄴ씨 부부는 ‘아이가 죽은 사실을 신고하면 화장을 해야 하는데, 화장할 돈이 없어서 몰래 땅에 파묻었다’고 진술했다. ㄱ씨는 무직자로, ㄴ씨의 아르바이트로 부부가 살아가는 매우 궁핍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지난 29일 밤 10시30분께 ㄱ·ㄴ씨 부부를 체포한 경찰은 이들의 진술에 따라 주거지 근처 야산을 수색하고 있으나, 30일 오전 10시 현재까지 ㄷ군의 주검을 찾지 못했다.
권유진 경남경찰청 여성청소년대상범죄수사대장은 “ㄱ·ㄴ씨 부부가 죽은 아이를 몰래 파묻었다고 진술했기 때문에 사체은닉 혐의를 적용해서 수사하고 있다. 정확한 사망원인 등 조사해야 할 것이 많은데, ㄷ군의 주검을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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