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시 일운면 조선해양문화관 마당에 전시된 ‘1592년 거북선’. 짝퉁으로 비판받던 이 거북선은 늦어도 7월10일까지 불 태워져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최상원 기자
짝퉁으로 비판받던 ‘1592년 거북선’이 결국 불태워져 사라지게 됐다.
경남 거제시는 27일 “‘1592년 거북선’을 폐기하기로 결정하고, 경매에서 거북선을 낙찰받은 신아무개씨에게 오늘 계약해지 통보서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거제시는 경쟁입찰을 통해 철거업체를 선정한 뒤, 늦어도 다음달 10일까지 거북선을 완전히 폐기할 계획이다. 거북선은 길이 25.6m, 폭 6.87m, 높이 6.06m 크기에, 무게 122t이나 돼 옮기는 것이 어려우며, 워낙 낡은 상태라서 옮기다가 부서지거나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폐기는 거북선 둘레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현장에서 진행된다. 먼저 중장비로 거북선을 부수어서, 나무는 소각장에 보내 불태우고, 철물은 고물상에 파는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전체적으로 심하게 부식된 상태라서 일부분도 남기지 않고 완전히 흔적없이 폐기할 방침이다. 폐기비용은 2천만~3천만원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 철물은 고물로 처리하면 150만원 정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옥치덕 거제시청 관광과장은 “거북선을 낙찰받은 신씨와 거제시는 6월25일까지 신씨가 거북선을 가져가지 않으면 거제시가 거북선을 처분하기로 계약했는데, 신씨가 이날까지 거북선을 가져가지 않았다. 그래서 26일 하루 시간 여유를 준 뒤, 27일 폐기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옥치덕 과장은 또 “거북선이 지닌 상징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거북선을 폐기하는 것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안타까운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워낙 심하게 부식돼 복구가 불가능하고, 더 이상 관리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경상남도는 2008년부터 거북선 찾기, 거북선·판옥선 등 군선 제작을 주내용으로 하는 ‘이순신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군선 제작 사업은 40억원을 들여 거북선 1척과 판옥선 1척을 건조해 거북선은 거제시에, 판옥선은 통영시에 배치하는 내용이었다. 1592년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과 판옥선을 철저히 고증해서 제작하고, 재료도 당시와 같은 금강송을 사용할 계획이었다. 원형을 복원한 명품을 만든다는 뜻으로 ‘1592년 거북선’과 ‘1592년 판옥선’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러나 금강송 대신 값싼 수입 소나무(미송)를 81%가량 사용한 사실이 2011년 완성 직후 드러나면서 ‘짝퉁 거북선’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법정 싸움을 벌인 경남도는 2012년 9월 법원의 화해권고를 받아들였는데, 결과적으로 소송비용 3천만원까지 20억2368억원을 들여서 짝퉁 거북선과 판옥선 1척씩을 만든 것으로 끝났다.
‘짝퉁 거북선’은 2011년 6월17일 거제시 일운면 조선해양문화관 앞 지세포항 바다에 띄워졌다. 그런데 바닥에 물이 차오르면서, 선체가 옆으로 기울어졌다. 가라앉지 않게 하려고 펌프를 가동해서 24시간 물을 빼내야 했다. 어쩔 수 없이 거제시는 2012년 거북선을 뭍으로 끌어올려 조선해양문화관 마당에 전시했다. 이후 관리비로 1억5천여만원을 썼지만, 소금기 머금은 비바람에 거북선 목재는 빠른 속도로 썩었다.
결국 거제시는 ‘짝퉁 거북선’을 처분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2월28일 감정가인 1억1750만원에 ‘공유재산(공작물) 매각 일반입찰’ 공고를 냈다. 그러나 7차례나 유찰되면서 입찰가는 뚝뚝 떨어졌고, 지난달 16일 8차 입찰에서 154만5380원에 낙찰됐다. 이날 낙찰받은 신씨는 “거북선을 폐기한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서 응찰했다. 이순신 장군 탄생일인 1545년 3월8일에 맞춰 154만5380원을 썼다”고 말했다.
신씨는 조선해양문화관에서 차량으로 10여분 거리인 자신의 땅으로 거북선을 옮겨서 역사교육용 현장체험 시설로 활용하려고 했다. 그런데 신씨의 땅이 한려해상국립공원 안이라서 ‘공원계획 변경 허가’ 등 여러 절차를 밟아야 한다. 순탄하게 처리되더라도 최소 1년 이상 걸리는 절차인데, 신씨는 거제시와 6월25일까지 처리하기로 계약했다. 각종 절차를 6월25일 이전에 마무리하더라도, 크고 낡은 거북선을 옮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신씨는 “경매에 응찰할 때는 쉽게 생각했다. 거북선을 칠천량해전공원 등 이순신 장군 관련 시설에 기부할 생각이었다. 여러 곳이 기부를 받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동과 관리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모두가 인수를 거절했다. 그래서 내 땅에 옮기려고 했던 것인데, 결과적으로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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