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원가량의 예산을 들여 제작했지만 ‘짝퉁’ 논란에 시달리다가 8차례 입찰 끝에 154만원에 팔린 거제 거북선이 결국 철거될 위기에 놓였다.
1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거북선 1호’(거북선) 낙찰자 ㄱ씨는 이날 오후 4시까지 경남 거제시 거제조선해양문화관 광장에 전시된 거북선을 인도하지 않았다. ㄱ씨는 지난달 26일 거제시와 거북선 매매계약을 체결했는데, 계약서에 따르면 대금 완납 이후 30일 이내인 오는 25일까지 거북선을 이전하지 않으면 계약은 취소될 수 있다. 거제시는 오는 25일까지 ㄱ씨가 거북선을 인도하지 않을 경우 예정대로 철거 수순을 밟겠다는 입장이다.
2011년 6월17일 경남 거제시 지세포 조선해양문화회관 앞 해상에 도착한 거북선. 연합뉴스
낙찰 당시 ㄱ씨는 거제시 일운면 인근 사유지에 거북선을 옮겨 교육 목적으로 거북선을 활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곳은 한려해상국립공원 지역이어서 환경부 등의 국립공원 계획 변경 없이는 거북선을 옮길 수 없다. ㄱ씨는 국립공원계획 변경을 위해 거북선 인도 기한을 5개월가량 연장해달라고 거제시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거제시는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25일까지 ㄱ씨의 조처가 없으면 철거 수순을 밟겠다는 입장이다. 국립공원계획이 언제 변경될지 기약할 수 없는 데다 안전상의 위험이 있어 여름철 태풍·재해 발생시 붕괴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근 주민들도 거북선 철거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취소에 대한 우려는 낙찰 당시부터 제기됐다. 3층(길이 25.6m, 폭 8.67m, 높이 6.06m) 규모의 거북선을 보관할 장소도 여의치 않은 데다 거북선을 옮기는 데도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거제시는 거북선 이송 비용으로 약 1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앞서 지난 16일 8차례 입찰 끝에 154만원에 낙찰된 거북선은 지난 2010년 역사 및 문화자원 개발 사업인 ‘이순신 프로젝트’ 일환으로, 1592년 당시 거북선과 판옥선 모습과 동일하게 제작됐다. 국·도비를 포함해 20억원에 가까운 사업비가 들어갔지만, 2011년 경남도의회에서 이들 배에 미국산 소나무가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불거졌다. 경찰 조사 결과 제작을 담당한 조선소가 수입산 목재를 80% 이상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남도는 제작 업체에 약 7억원의 계약 보증금을 돌려받는 조건으로 거북선과 판옥선을 인수했고 거북선은 거제시에, 판옥선은 통영시에 각각 넘겼다.
2011년 12월28일 경남도가 임진왜란 당시의 원형으로 복원했다는 거북선 바닥에 차오른 바닷물이 양수기를 통해 바다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애초 거제시는 지세포항 앞바다에 정박한 뒤 승선 체험 등 관광자원으로 거북선을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바닥에 물이 새고 균형이 맞지 않아 2012년 수리를 위해 육지로 올린 뒤 현재까지 거제조선해양문화관 광장에 전시해 왔다. 그러던 중 거제시는 지난 2월 공유재산 일반입찰 공고를 냈고, 거북선은 7차례 유찰 끝에 지난달 16일 애초 평가금액의 1.31%(154만원)에 낙찰됐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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