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시 영운항에서 3월31일에 열린 ‘제12회 수산인의 날(4월1일)’ 기념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난 11일 천영기 통영시장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대책은 갖고 있지만 시끄럽게 떠들 이유가 없다”고 한 발언에 대해 한 통영 어민이 “(어민들을 위축시키려는) 의도적인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17일 경남 통영시에서 30년째 굴 양식업을 하는 이기명씨는 <문화방송>(MBC) 라디오 프로그램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통영은 전국 해양수산 1번지라고 자부하는 곳”이라며 “시장이라는 사람이 최일선에서 오염수 방류 반대에 앞장은 못 설망정 이런 망발이 어디 있냐”고 말했다.
지난 2월2일 촬영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내에 오염수를 저장해 놓은 저장 탱크들 모습. 연합뉴스
이씨는 천 시장의 발언이 “의도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씨는 “정부가 반대 입장 내지 말라고 어민들한테 압력 넣는 입장이다. 어민들이 망설이고 있고 위축돼 있다”며 “사실 4월11일에도 원전 오염수 반대 궐기대회를 하려고 이순신공원에 계획이 잡혀있었는데, 정부와 수협조합에서 압력을 넣어 결국 못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경상남도 관계자도 일본 원전 오염수는 과학적 실험이 미국 등 선진국에서조차 중단됐고 오염수가 침전된다면 생태계는 별 영향 없을 거라는 취지로 말했다”며 “어민들은 대출금이나 정부지원금에 종속돼 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어민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천 시장의 발언도 이런 압박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오염수 방류는 “어민 죽으라고 하는 이야기”라는 것이 통영 어민들의 생각이다. 이씨는 한국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찰단이 오염수 시료를 별도로 채취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진 것에 대해서도 분노를 표했다. 이씨는 “검증단이 오염수 떠가지고 봐야지, 그렇게 안 하려면 뭐하러 일본에 가겠느냐. 차라리 그만 동의를 해주지, 친일파처럼”이라며 “정부가 이런 상태로 가면 도리가 없다. 어민들은 남쪽부터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정권 퇴진 운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안전하다는 이야기도 없고 묵묵부답”이라며 “무조건 (오염수 방류를)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한미 양국의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방류) 반대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가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내용의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천영기 통영시장은 지난 11일 통영시청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질문을 받고 “대응책은 분명히 갖고 있다. 그런데 자꾸 언급하고 떠들면 통영 수산물 소비심리가 더 위축될 수 있다. 정부가 아직 어떤 조처도 하지 않았는데, 지자체가 먼저 떠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지역 사회에서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