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부산시의회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부산시의회 제공
전국 시민단체들이 지방정부를 대신해서 지방의원이 조례안을 발의하는 ‘청부입법’을 봉쇄하겠다며 법률 개정운동에 나섰다. 지방의원 발의 조례안 입법예고 기간을 지방자치단체 발의 조례안과 같게 하고 입법예고를 의무화하지 않으면 서명·입법 청원운동을 펼칠 계획이다.(<한겨레> 3월14일치 13면)
참여연대·부산참여연대 등 전국 18개 시민사회단체의 연대기구인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 모두에게 ‘지방자치법 제77조를 개정해 달라’는 의견서를 전자우편으로 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는 의견서에서 “지방의원 발의 조례안의 입법예고 최단기간이 5일이고 이마저도 ‘입법예고를 할 수 있다’는 권고조항이다 보니 지역주민과 시민사회가 조례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할 권리를 제한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방자치단체 발의 조례안보다 지방의원 발의 조례안 절차가 간편하다 보니)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의원한테 조례안 발의를 부탁하는 우회(청부) 입법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는 등 지역주민들과 시민사회 감시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는 국회 쪽에 “지방의원 발의 조례안 입법예고 기간을 현재 ‘5일 이상’에서 지방자치단체 발의 조례안과 같은 ‘20일 이상’으로, ‘입법예고를 할 수 있다’를 ‘입법예고를 해야 한다’로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입법예고 기간을 보면, 중앙정부 법률 발의안은 40일 이상(행정절차법), 지방정부 조례 발의안은 20일 이상(행정절차법), 국회의원 법률 발의안은 10일 이상(국회법), 지방의원 발의 조례안은 5일이다.
일부 지방의회가 지방의원 발의 조례안의 입법예고를 생략할 수 있는 조항을 둔 것도 ‘주민 의견 패싱’의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지방 의원 발의 조례안을 바로 상임위원회에 올려서 본회의까지 초고속으로 통과시킬 수 있는 길을 스스로 만든 것 이다 . 전국 시·도의회 17곳의 회의 규칙 가운데 서울 ·인천·대구·광주·경기 ·전남·경남 ·제주 등 8곳에 ‘ 긴급을 요구하는 때’ 등 예외조항에 해당하면 ‘입법예고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전국 기초의회 226곳 가운데 다수가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지방의원 발의 조례안 입법예고 예외조항은 상위법인 지방자치법에 어긋난다. 지방자치법은 77조에서 ‘조례안 예고의 방법, 절차,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회의규칙으로 정한다’고만 했을 뿐 예외조항을 두지 않고 있다. 반면 중앙정부·지방정부·국회의원 발의안은 예외조항이 있다. 이를 두고 지방자치법에서 지방의원 발의 조례안 입법예고 기간을 정하면서 예외조항을 두지 않는 것은 짧은 입법예고 기간에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라는 취지가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장동엽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사무국장은 “조례는 오히려 지역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관련 법률과의 충돌 여부 등을 더 면밀히 살펴야 하므로 예고기간을 더 늘리고 입법예고 예외조항을 삭제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들이 지방자치법 개정에 나서지 않으면 입법 청원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조례·규칙 현황을 보면, 1995년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 전국 지방자치단체 243곳(광역 17곳·기초 226곳)이 보유한 조례가 지난해 12월31일 기준 10만건을 넘었다. 2021년 기준 지방의원의 조례 발의율은 광역의원 71.6%, 기초의원 34.7%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