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부산시의회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부산시의회 제공
단 5일.
광역·기초의원들이 조례안을 발의할 때 따라붙는 입법예고 최소 기간이다. 광역·기초자치단체가 발의한 조례안의 입법예고 기간(20일)의 4분의 1 수준이다. 지방자치법은 ‘5일 이상’으로 정하고 있으나, 대부분 광역·기초의회는 법정 최소 기간인 5일을 넘기지 않는다.
입법예고는 발의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운영되는 제도다. 과연 5일 안에 충분한 의견 수렴이 가능할까. 논란이 일거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조례안에 한해서라도 깊이 있는 논의와 다양한 목소리 반영을 위해 입법예고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한겨레>는 부산시의회가 오는 17일까지 여는 제312회 임시회에서 처리할 38개 조례안 중 시의원이 발의한 31개 조례안의 입법예고 기간을 살폈다. 그 결과 대부분 조례안의 입법예고 기간은 7~8일에 그쳤다. 31개 안 중 21개 안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6일까지 7일, 3개 안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7일까지 8일, 나머지 7개 안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6일까지 8일이었다. 명목상 기간은 7~8일이지만 실제로는 4~5일에 그친다. 해당 기간 중 공휴일(3월1일·삼일절)과 토·일요일(3월4∼5일)이 끼어 있는 탓이다.
입법예고 기간이 짧은 터라 시민과 단체의 의견서 제출은 적었다. 의견서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발의안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생각을 담은 공식 문서다. 발의에서 심의, 의결에 이르는 입법 과정 전체를 통틀어 처음으로 이뤄지는 의견 수렴 절차라 할 수 있다. 한 예로 ‘부산시 주민참여예산제도 운영 조례 일부개정조례안’과 ‘부산시의회 의원외교활동 지원에 관한 조례안’에 대한 의견서는 각 1건, ‘부산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및 피해자 보호·지원에 관한 조례안’은 0건이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시의원들이 발의한 31개 조례안 중에는 폭넓은 의견 수렴과 충분한 숙의가 필요한 것도 있다. 시의회가 관행적으로 입법예고 기간을 짧게 잡아놓아 부실 입법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입법예고 기간은 발의 주체에 따라 다르다. 중앙정부 발의안은 최소 40일,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절반인 ‘20일 이상’이다. 국회의원 발의안은 ‘10일 이상’, 광역·지방의회 의원 발의안의 입법예고 기간은 ‘5일 이상’이다. 이는 행정절차법(중앙정부·지방정부)과 국회법(국회의원), 지방자치법(광역·기초의회)에 각각 정해져 있다. 특히 정부 발의안은 입법예고가 의무 사항이나, 의원 발의안의 입법예고는 권고 사항이다.
발의 주체에 따라 입법예고 기간에 차등을 둔 배경은 뚜렷하지 않다. 자치법규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의 한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선출직 발의안은 정부 발의안보다 입법예고 기간을 짧게 두고 있지만, 그 이유를 정확히 아는 이들은 별로 없다”고 했다. 부산시의회의 한 전문위원은 “의원 발의 조례 입법예고 기간이 짧은 것은 자치단체장에 견줘 의원들이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유리한 위치에 있는 점을 고려한 것 같지만, 특혜라고 볼 수도 있다”고 했다.
문제는 국회와 지방의회의 의원 입법안 상당수가 중앙·지방정부의 요청에 따른 ‘청부 입법’이란 사실이다. 진시원 부산대 교수(일반사회교육과)는 “입법예고 기간이 짧은 의원발의 조례안의 맹점을 행정부가 법안에 대한 사회적 견제와 비판의 회피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그 피해는 시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입법예고 기간 연장 등 제도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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