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된다. 문 닫으면 절대 안 된다. 우리 같은 서민들은 목욕을 우예 하라고 그라노.”
지난 19일 오후 부산 중구청 인근의 공공목욕탕 ‘대청행복탕’에서 온탕에 몸을 담그고 있던 문아무개(71)씨가 목소리를 높였다. 일주일에 세차례 목욕탕을 찾는다는 그는 “집이 (보수)산자락 산복도로 쪽에 있는데 외출하려면 비탈길 오가는 것이 아주 힘들다. 집에 제대로 된 욕조도 없어 피로를 풀 방법이 없다”며 “나 같은 서민들을 위해서라도 공공목욕탕은 꼭 있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문씨와 함께 목욕하던 박아무개(69)씨도 “요금(6000원)을 좀 올리더라도 우리 동네에 유일한 이 목욕탕은 꼭 있어야 한다. 목욕탕이 문을 닫으면, 동네 어르신들부터 구청에 득달같이 달려가 항의할 것”이라고 했다.
대청행복탕은 중구가 2021년 9월, 총면적 599㎡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총 35억원을 들여 만든 공공목욕탕이다. 산복마을 주민들이 치르는 ‘원정 목욕’의 고달픔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민간 위탁 운영자 선정이 난항이었다. 지난해 2월까지 여덟차례에 걸쳐 전자 입찰 공고를 냈지만, 응찰자가 없었다. 지난해 3월, 9차 공고에서야 입찰에 나선 김아무개씨를 운영자로 선정할 수 있었다. 김씨는 지난해 4월 목욕탕 문을 열었다.
부산 중구 공공목욕탕인 ‘대청행복탕’ 모습. 김영동 기자
하지만 운영자 김씨는 공공요금 인상 등 고물가 여파로 지난 1월 중구에 목욕탕 영업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고, 지난달에 영업 계약 포기서를 냈다. 김씨는 “목욕탕 비수기에 영업을 시작해 계속 적자를 보다가, 겨울철(11월~2월) 들어 장사가 되나 싶었다. 하지만 연료비와 전기·수도 요금이 모두 급등해 운영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다. 지난달 전기료만 해도 한달 전보다 160만원이나 더 내야 했을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중구는 지난 6일 새 운영자를 찾는 입찰 공고를 냈다. 중구 복지정책과 복지기획계 관계자는 “주민복지 성격의 목욕탕이기에 문을 닫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새 운영자를 찾은 뒤에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다른 대책도 다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금정구 공공목욕탕 ‘선두구동 목욕탕’ 모습. 김영동 기자
10년 동안 ‘3000원’ 목욕비로 널리 알려진, 금정구 두구동에 있는 ‘선두구동 목욕탕’도 사정은 비슷하다. 원정 목욕에 지친 주민을 위한 복지시설로 금정구가 2013년 5월에 문을 연 이 목욕탕은 ‘금정구 선두구동 목욕탕 등 운영 및 관리 조례’로 목욕비를 낮게 책정해 운영해왔다. 일반 대중목욕탕 이용료(7000~9000원)의 절반 이하라는 입소문을 타고 동네 주민은 물론 외지인 단골도 많은 곳이다.
운영자 허아무개(73)씨는 “공공요금 인상 여파로 지난달 연료비가 600여만원, 전기료가 500여만원, 수도요금이 400만원 나왔다. 내 인건비는커녕 살림살이를 팔아서라도 운영비에 쏟아부어야 할 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금정구는 요금 인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목욕비를 조례로 정해둔 상황이라 개정 조례안을 최근 입법 예고했다. 금정구 환경위생과 기후환경정책팀 관계자는 “공공요금과 에너지 비용 등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고, 지난 10년 동안 물가도 많이 올랐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목욕비에 반영하려고 한다. 의회 승인 등 절차를 거쳐 이르면 5월에 (요금 인상이) 결정 날 듯하다”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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