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이 너무 착하잖아요.”
지난 15일 오후 부산 금정구 두구동 ‘선두구동 목욕탕’ 앞에서 만난 김아무개(47)씨가 환하게 웃었다. 구립목욕탕인 이곳을 김씨는 한달에 두번 찾는다고 했다.
“다닌 지 한 5년쯤 됐나? 요 근방서 배드민턴 동호회 하다가 알게 됐는데, 목욕비가 억수로 싸드라고예. 물도 개안코 시설도 깨끗하니까, 그길로 마 단골 되아부렀지예.”
목욕탕 이용료는 어른 3천원, 아이 2천원이다. 일반 대중목욕탕 이용료(7천~9천원)에 견줘 절반도 안 된다. 부산 동구 범일동의 ‘청춘목욕탕’, 중구 대청동 ‘대청행복탕’ 등 다른 구립목욕탕 가격에 견줘도 저렴하다. 더구나 이 목욕탕 이용료는 10년 동안 한차례도 오르지 않았다. 이용료를 ‘금정구 선두구동 목욕탕 등 운영 및 관리 조례’에 정액으로 정해놓은 뒤 한차례도 개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비 유지·보수도 구청에서 지원하는 터라 위탁 운영자의 부담이 크지 않다.
부산 금정구 두구동의 ‘선두구동 목욕탕’. 김영동 기자
이 ‘착한’ 목욕탕은 사실 선두구동 주민을 위한 복지시설 차원에서 만들어졌다. 이 동네는 1964년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데 이어 1971년에는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이면서 목욕탕 등 근린생활시설 설치가 제한됐다. 이 때문에 2300명 남짓한 선두구동 주민은 근처 남산동 등지로 20~30여분 차를 타고 ‘원정 목욕’을 해야만 했다. 금정구가 2013년 5월 약 17억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이 목욕탕을 짓게 된 이유다.
이후 이 목욕탕은 ‘동네 사랑방’ 구실도 톡톡히 했다. 주민 박아무개(74)씨는 “10년 전에는 목욕탕이 없어 시내까지 차를 나가야 했는데, 목욕탕이 생긴 이후 이웃과 함께 어울리면서 씻을 수 있어 편하고 좋다”고 말했다. 이 목욕탕의 착한 가격이 입소문을 타면서 동네 주민이 아닌 ‘외지인 단골’도 생겨났다.
부산 금정구 두구동의 ‘선두구동 목욕탕’. 김영동 기자
이렇게 주민의 사랑을 받아온 목욕탕이 최근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3~4년 전만 해도 하루 평균 200~300명이던 손님이 코로나19를 겪으며 80~100명으로 줄었다. 또 물을 데우는 데 쓰는 등유 가격도 지난해 7월 200리터에 19만원 정도였지만, 올해 7월에는 34만원으로 배 가까이 뛰었다. 목욕탕 운영자 허아무개(72)씨는 “손님은 줄었는데 비용은 더 드니 적자만 누적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구청은 딱한 사정을 알면서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 목욕비를 올리려면 목욕탕 운영·관리 조례를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정구 기후환경정책팀 담당자는 “10여년 동안 물가 상승과 기름값 상승 등 에너지 비용이 증가해 목욕비 인상 요인이 있다는 점은 알고 있다”고 했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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