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첫번째 대심도인 부산 만덕동~해운대 재송동 센텀시티(길이 9.62㎞, 왕복 4차로) 구간 만덕터널 들머리에서 동래 방향 800m 지점 지하 60m에서 24t트럭 40여대 분량의 토사(750㎥)가 무너져내렸다. 관계자들이 사고 현장에서 상태를 파악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부산 대심도 터널 공사현장 붕괴 사고의 늑장 공개의 세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시공사와 부산시의 상황 공유 체계가 느슨했을 뿐만 아니라 부산시의 내부 보고도 늦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사고가 발생하고 사흘이 지난 뒤에야 사고 사실을 처음 보고받았다.
2일 부산시 설명과 <한겨레>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사고 발생 뒤 부산시가 사고 사실을 공개하기까지는 90시간이나 걸렸다. 시공사와 부산시 모두 보고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현장 간부와 공무원들의 상황 판단도 안일했기 때문이다.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사고가 발생하고 10시간이 지난 지난달 25일 오전 11시쯤에야 부산시 건설본부에 관련 사실을 알렸다. 부산시 건설본부는 이 사실을 통보받은 시점으로부터 이틀 뒤인 27일 오후 5시50분에 안병윤 행정부시장에게 보고했다. 그사이 부산시 건설본부는 25·26일 직원을 보내 롯데건설 관계자들과 함께 사고 현장을 살펴봤다. 하지만 긴급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즉각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부산 첫번째 대심도인 부산 만덕동~해운대 재송동 센텀시티(길이 9.62㎞, 왕복 4차로) 구간 일부가 무너져내렸다. 동그란 빨간색 아래 60m 지점이 사고 지점이다.
부산시는 안 부시장이 건설본부로부터 사고 상황을 보고받은 뒤에야 이 사실을 부산교통공사에 전파했다. 부산교통공사는 사고 지점과 가까운 만덕역~미남역 구간의 지하철 운행이 27일 저녁 6시9분부터 감속 운행하게 했다. 부산교통공사는 지하철 승객들에게 “공사 구간이어서 서행 운행하고 있다”고만 안내방송을 내보냈다.
부산 시민들은 28일 저녁 6시 언론 브리핑을 통해 사고 사실을 알게 됐다. 사고 발생 90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더 심각한 건 부산 시정을 책임지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사고를 보고받은 시각이 언론 브리핑보다 늦었다는 사실이다. 박 시장은 28일 저녁 6시에서 6시30분 사이 전진영 정무기획보좌관으로부터 사고 보고를 받았다. 2030년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아프리카를 방문 중이던 박 시장은 보고가 늦어진 것에 대해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심성태 부산시 건설본부장은 2일 오전 브리핑에서 늑장 보고에 대해 “인명 피해와 지반 침하도 없어서 재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만 말했다.
지반 붕괴 사고는 지난달 25일 0시40분께 부산 만덕동~해운대 재송동 센텀시티(길이 9.62㎞, 왕복 4차로) 지하 60m 대심도 터널 건설 구간에서 발생했다. 24t트럭 40여대 분량의 토사(750㎥)가 무너져내리면서 공사는 바로 중단됐다. 임종철 전 대한토목학회 부산울산경남지회장(부산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은 “앞으로 4주 동안은 사고 지역과 인접한 구간에서 지하철 운행 속도를 늦춰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