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창 경감이 ‘총경 회의’ 참석자에 대한 문책성 인사에 반발해 8일 경남경찰청 들머리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류 경감은 평소 존경해온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의 어록을 담은 손팻말을 들었다. 최상원 기자
지난 2일 단행된 경찰청의 총경급 정기 인사에 반발해 경남의 한 경찰관이 1인 시위에 나섰다. 경찰국 신설에 반대한 지난해 7월 ‘총경 회의’ 참석자를 겨냥한 문책성 인사로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경남 마산동부경찰서 양덕지구대장인 류근창(54) 경감은 8일 경남경찰청 들머리에서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류 경감은 지난해 7월23일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총경 회의 직후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과 총경 회의 참석자 탄압에 반발해 ‘전국 지구대장·파출소장·팀장 회의’를 제안했던 사람이다.
류 경감은 <한겨레>와 만나 “현실에 살지 말고 역사에 살아라. 정의와 진리와 선은 반드시 승리한다”라고 했던 고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의 말을 인용해서 “불이익을 감수하고 현실보다 역사를 선택한 경남경찰청 112상황실 두 분의 총경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고 응원하기 위해 1인 시위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당장 현실은 아프겠지만 경찰 역사에 이름을 남긴 총경 2명을 축하한다. 이번 문책성 총경 인사는 역사가 되어, 할 말은 하는 당당한 경찰을 역설적으로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 경찰청은 총경급 457명에 대한 정기 전보인사를 했다. 지난해 총경 회의에 참석한 총경 54명 가운데 징계를 받거나 퇴직을 준비하는 사람을 제외한 45명은 경찰인재원과 경찰수사연수원이나 지금까지 경정이 맡았던 시도경찰청 112상황팀장으로 이동했다. 경정은 총경 아래 직급이다. 경남에선 총경 회의에 2명이 참석했는데, 이들 모두 경남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팀장으로 발령났다.
경찰 일선에선 문책성 인사로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경남 경찰직장협의회는 지난 7일 입장문을 내어 “상식적이지 않아 우려스러운 총경 인사다. 인사가 경찰 최일선 지휘부를 길들이는 방법으로 사용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주장했다. 총경 회의를 주도해 중징계(정직 3개월)를 받은 류삼영 전 울산중부경찰서장도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 역사상 한번도 없었던 보복적이고 불합리한 인사”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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