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1시께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가 한산하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대유행이 잦아들었지만 재난지원금을 일괄 지급하는 기초자치단체들이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지역 경제 침체’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제시하지 못한다. 재난지원금이 선심 행정의 방편으로 변질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 기장군은 12일 군민 1인당 30만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올해 예산에 반영된 예비비(632억원) 가운데 80% 남짓을 꺼내 쓴다. 애초 기장군은 1인당 20만원 지급을 염두에 뒀으나 10만원 더 지급해야 한다는 기장군의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1인당 30만원으로 지급액을 올렸다. 기장군의 재난지원금 지급은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던 2020년 3월과 12월에 이어 세번째다. 당시 지급액은 두차례 모두 1인당 10만원이었다.
기장군은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에 대비해 편성하는 예비비 중 상당액을 재난지원금 지급에 쓰면서도 그 이유에 대해선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세가 지금보다 심했던 2021년엔 지급을 하지 않았다가 2년여 만에 다시 지급에 나선 배경도 언급하지 않는다. 기장군 쪽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주민들은 여전히 힘들고 경제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급 배경 설명 자료는 따로 없다”고만 말했다.
기장군 곳간 사정은 부산시 16개 구·군 가운데는 상대적으로 낫지만 넉넉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체 예산에서 자체적으로 조달한 세입의 비율을 나타내는 재정자립도는 지난해 27.5%다. 기장군 예산의 70% 이상을 국고나 시비 보조금 등에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전국 자치단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43%다.
새해 벽두에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자치단체는 기장군 말고도 여럿이다. 전남 무안군은 군비 80억원을 들여 이달 중 신청을 받아 군민 1인당 10만원 상당의 무안사랑상품권을 나눠준다. 전남 함평군도 전체 군민 3만1천여명에게 1인당 10만원씩 지역사랑상품권을 오는 3월10일까지 지급한다. 강원 횡성군도 92억원을 들여 다음달 말까지 모든 군민에게 20만원씩 재난지원금을 줄 예정이다. 이들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10% 안팎으로 전국 기초단체 중에서도 낮은 편에 속한다.
재난지원금은 2020년 초 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그 피해 규모를 현행 시스템으로는 파악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피해 정도를 따지지 않고 모든 국민에게 정액으로 지급한 지원금이다. 이후 도입된 손실보상금은 피해 정도를 따져 지급한다는 점에서 재난지원금과는 차이가 있다. 재난지원금은 지방정부는 물론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2020~2021년 여러 차례 지급이 이뤄졌다.
지방정부가 지급하는 재난지원금은 종종 지급 여부와 규모에 따라 반발과 갈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부산에서는 2020년 기초자치단체 8곳이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 부산 연제구 주민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항의 집회를 연 바 있다. 주민 반발이 거세자 애초 지급 계획이 없던 연제구 등 부산 기초단체 8곳은 1인당 5만원씩 부랴부랴 지원금을 지급했다.
김광수 김용희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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