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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휑한데, 일요일에 마트 하면 손님 다 끊길텐데…”

등록 2023-01-10 08:00수정 2023-01-10 10:05

대형마트 ‘평일 휴업’ 앞둔 대구 서문시장 가보니
거기 쉬든 우리랑 무슨 상관” 등 엇갈린 반응도
지난 6일 대구시 중구 서문시장 입구 곳곳에 “대형마트 의무휴무일 변경 결사반대”라고 적힌 대형 펼침막이 걸려 있다. 김규현 기자
지난 6일 대구시 중구 서문시장 입구 곳곳에 “대형마트 의무휴무일 변경 결사반대”라고 적힌 대형 펼침막이 걸려 있다. 김규현 기자

지난 6일 찾은 대구 서문시장 곳곳에는 “대형마트 의무휴무일 변경 결사반대”라고 적힌 펼침막이 나부꼈다. 서문시장은 대구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이다. 8개 지구로 나뉜 시장에는 2만명이 넘는 상인이 점포 5천여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1·2지구는 규모가 작은 소매상이 몰려 있고, 나머지 지구는 도매상인이 중심이다. 상인회도 1·2지구와 나머지 지구로 나뉘어 조직돼 있다.

‘결사반대’라는 펼침막의 문구와 달리 상인들은 의무휴업일 변경에 대해 의견이 엇갈렸다. 대형마트 의무휴무일을 변경하려는 대구시의 계획 자체를 모르는 상인도 적지 않았지만, 휴무일 변경이 전통시장 영업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건 아닌지 하는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2지구에서 떡집을 하는 윤순옥씨는 “우리는 주말이 대목이다. 마트 노는 날은 떡도 평소보다 많이 준비한다. 마트가 놀아야 젊은 손님들이 시장으로 온다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5지구에서 40년째 그릇 도소매업을 하는 손기복(64)씨도 “코로나19도 있었고, 요즘은 인터넷, 천냥마트도 있어서 전통시장 타격이 심하다. 대형마트까지 일요일에 일하면 아무래도 더 힘들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지금도 여기는 휑하다. 문 열고 싶은 의욕도 없다. 일요일에 (시장과 마트가) 같이 문 열면 마트 쪽에 손님이 더 몰리지 않겠느냐.” 30년째 옷 장사를 하는 임아무개(65)씨 푸념이다 .

지난달 19일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열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추진 협약식에서 홍준표 대구시장과 8개 구청장·군수, 전국상인연합회 대구지회장, 한국체인스토어협회장 등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9일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열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추진 협약식에서 홍준표 대구시장과 8개 구청장·군수, 전국상인연합회 대구지회장, 한국체인스토어협회장 등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의 평일 전환을 추진한다는 협약은 지난해 12월19일 홍준표 대구시장과 8개 기초단체장, 전국상인연합회 대구지회장, 한국체인스토어협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체결됐다. 이 방안은 전통시장 쪽이 마트 주차장 무료 개방과 함께 2년여 전부터 제안해온 것이다. 하지만 정작 협약 추진이 공식화하자 ‘서문시장 상가연합회’가 반발했다. 이들은 1·2지구가 아닌 도매업이 주축인 나머지 지구에서 영업하는 상인들이다. 반면 협약을 체결한 쪽은 영세 소매상이 많은 1·2지구 상인들의 ‘전국상인연합회 대구지회’다. 두 상인회의 입장 차이가 소속 상인들의 사업 규모와 업종 차이에서 비롯된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1지구에서 칼국수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마트 휴업일이 바뀌는지 몰랐다. 거기가 언제 쉬든 우리하고는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2지구에서 신발가게를 하는 윤희정(39)씨도 “대형마트 쉬는 날이 바뀐다고 큰 영향이 있을 거 같지 않다. 거기서 일하는 분들은 일요일에도 못 쉬니 좀 불편해지지 않겠느냐”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대형마트가 평일에 쉬든 일요일에 쉬든 소매업소들의 매출에는 영향이 없다는 투였다. 시장 입구에서 13년째 씨앗호떡을 파는 조아무개(55)씨도 “우리도 시장에서 일하지만 장은 마트에서 본다. 마트가 필요한 사람은 마트로, 시장이 필요한 사람은 시장을 찾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의무휴업일 변경이 언제 이뤄질지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구시는 이르면 오는 3월 대형마트 휴업일을 바꿀 수 있다고 내다봤지만, ‘서문시장 상가연합회’뿐 아니라 전국마트산업노조, 전국소상공인연합회 등이 반대 움직임을 보이면서 기초자치단체 단위에서의 합의 과정이 순탄치 않기 때문이다. 유통산업발전법을 보면, 기초자치단체장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이 아닌 날로 정할 때는 이해당사자들로 구성된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의 합의를 거쳐야 한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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