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28일 새벽 창원교도소에서 석방된 직후 지지자와 취재진 앞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최상원 기자
“이곳 창원교도소에서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는 동안에 많이 생각하고, 많은 것을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가졌던 성찰의 시간이 우리 사회가 대화와 타협,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거름이 될 수 있도록 더 낮은 자세로 성찰하고 노력하겠습니다.”
이른바 ‘드루킹 사건’ 관련 징역 2년형을 받아 창원교도소에 수감됐던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28일 새벽 0시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영하의 추운 날씨였지만 수감될 때 입었던 양복 겉옷만 입은 채 교도소 문을 걸어 나온 김 전 지사는 입구에서 기다리던 부인 김정순씨와 포옹을 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국무회의를 열어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 원안대로 김 전 지사를 포함한 1373명을 ‘2023년 신년 특별사면·복권’ 대상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김 전 지사는 사면만 됐을 뿐 복권되지 않아서, 5년 뒤인 2027년 12월27일까지 피선거권 제한으로 공직선거 출마 등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 김 전 지사는 지난 7일 “나는 가석방을 원하지 않습니다”라며 ‘가석방 불원서’를 쓰기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28일 새벽 창원교도소에서 석방된 직후 지지자들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최상원 기자
김 전 지사는 석방된 직후 창원교도소 앞에서도 “따뜻한 봄에 나오고 싶었는데 본의 아니게 추운 겨울에 나오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이번 사면은 저로서는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을 억지로 받게 된 셈입니다. 원하지 않았던 선물이라 고맙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돌려보내고 싶어도 돌려보낼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선물을 보낸 쪽이나 받은 쪽이나 지켜보는 쪽이나 모두 다 난감하고 딱한 상황이 된 것 같습니다”라며 “국민통합을 위해서라고 말씀을 하시는데 통합은 이런 방식으로 일방통행이나 우격다짐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국민들께서 훨씬 더 잘 알고 계시리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민통합과 관련해서는 저로서도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 사건의 진실 여부를 떠나서 지난 몇 년간 저로 인해서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의 골이 더 깊어진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제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덧붙였다.
김 전 지사의 사면이 결정되자, 27일 밤 10시께부터 김 전 지사 팬클럽 ‘미소천사’ 회원 등 지지자들과 더불어민주당 당원 등 100여명이 김 전 지사를 맞기 위해 창원교도소로 모여들었다. 지지자들은 ‘김경수 무죄’라고 적힌 손팻말과 ‘돌아온 김경수, 더 커진 김경수, 더 단단해진 김경수’ ‘김경수를 복권시켜라’ ‘김경수가 돌아온 오늘이 우리에겐 따스한 봄날입니다!’ 등이 적힌 펼침막 등을 들고, “김경수는 무죄다”라고 구호를 거듭 외쳤다. 미소천사 회원들은 푸드 트럭을 준비해 방문객들에게 어묵탕 등을 대접했다.
김 전 지사는 첫 일정으로 28일 오전 10시 김해 봉하마을에 있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고, 봉하마을 내 ‘깨어있는시민 문화체험전시관’에서 시민들과 만나 대화할 예정이다. 또 오후엔 경남 진주의 어머니를 찾아뵌 뒤 서울로 가서 가족들과 당분간 쉴 계획이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지지자들이 27일 밤 창원교도소 앞에서 펼침막을 들고 김 전 지사의 석방을 기다리고 있다. 최상원 기자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이른바 ‘드루킹 사건’ 관련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로 지난해 7월21일 징역 2년형을 확정선고 받으면서, 도지사직을 잃었다. 김 전 지사는 형확정 닷새 뒤인 같은 달 26일 창원교소도에 수감됐다. 앞서 김 전 지사는 2019년 1월30일 1심 선고공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며 법정구속돼, 같은 해 4월16일까지 77일 동안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따라서 김 지사는 2년에서 77일을 뺀 내년 5월7일 만기출소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특별사면으로 예정보다 130일 빨리 석방됐다. 전체 수감 예정기간의 82%를 채운 상태였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