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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마늘 다 죽게 생깄십니다”…가뭄에 말라가는 농심

등록 2022-11-23 20:20수정 2022-11-23 23:41

영남 내륙에 수개월째 가뭄
마늘. 게티이미지뱅크
마늘. 게티이미지뱅크

“비가 온다캐도 오는 데만 갖다 붓고, 이래 지나가는 비로는 올겨울도 마늘 다 죽게 생깄십니다.”

마늘 주산지인 경북 영천의 농심이 바짝 말라간다. 영남 내륙에 수개월째 이어지는 가뭄 때문이다. 영남은 지역에 따라 강수량 차이가 들쭉날쭉하다 보니, 가뭄 피해가 적지 않음에도 호남에 견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경북 울진군에는 지난 22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141.4㎜ 폭우가 쏟아졌지만, 영천시에는 같은 시간 2.7㎜의 비가 내렸을 뿐이다.

25년째 마늘 농사를 짓는 최경렬(58) 영천시농민회 부회장은 “작년에도 마늘이 많이 얼어 죽었는데 올해도 동절기 가뭄이 이어져서 마늘을 따뜻하게 보호하려고 부직포를 덮는 등 이중 피복을 하고 있다. 마늘뿐만 아니라 내년 봄 벼농사도 걱정될 지경”이라고 말했다. 마늘은 가을에 모종을 심어 겨울 동안 땅속에서 알을 맺는다. 땅속 수분이 마늘을 보호해주는 이불 역할을 하는데, 지난해에도 겨울까지 가뭄이 이어져 동해 피해가 심했다.

실제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영천의 저수지 32곳 가운데 9곳은 담수율이 40% 미만이다. 농민들은 자구책을 마련해 마늘을 보호하고 있지만, 해마다 계속되는 동해를 막으려면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장기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병일(66) 전국마늘생산자협회 영천 신녕면회장은 “앞으로 매년 이렇게 가뭄이 들면 농민들은 농사를 지을 수 없다. 중장기적인 대책을 만들어달라고 행정관청에 제출할 탄원서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23일 현재 국가가뭄정보포털 누리집을 보면, 영남 내륙 대부분 지역에 ‘약한 가뭄’(관심) 또는 ‘보통 가뭄’(주의) 단계 경보가 내려져 있다. 대구 달성군과 경남 의령군은 ‘심한 가뭄’(경계) 단계 경보가 내려졌다. 최근 6개월 동안 전국 누적 강수량(930.5㎜)은 평년의 90.8%인데, 경북은 평년의 74.6%, 경남은 65.4%다. 가뭄의 정도가 전남(60.5%), 전북(72.9%) 못지않은 셈이다.

23일 현재 가뭄 예·경보 현황. 국가가뭄정보포털 누리집 갈무리
23일 현재 가뭄 예·경보 현황. 국가가뭄정보포털 누리집 갈무리

기상청이 지난 17일 발표한 기상 가뭄 예보를 봐도, 기상청이 기상 관측을 하는 대구·경북 25개 시·군 가운데 17곳, 부산·울산·경남 22개 시·군 가운데 15곳에 가뭄이 발생했다. 비가 오지 않으니 농업용수 저수율도 낮다.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농업용수 저수율 현황을 보면, 전남, 전북, 제주에 이어 경남(69.8%), 경북(75%) 순으로 저수율이 낮았다.

지자체들은 겨울 가뭄을 대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경남도는 도내 농업용 저수지와 양수장에서 농업용수를 공급하기로 했다. 또 관정 개발 등 급수대책비 48억원을 시·군에 지원하고, 함양군과 합천군은 자체 예산 53억원을 확보했다. 또 한국농어촌공사와 협력해 저수지·양수장 가동, 급수차 운영, 양수기·송수호스 대여 등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9일 “내년 1월까지는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예상해 남부지방 가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배추·무·마늘·양파 등 밭작물 생육 부진이 우려돼 가뭄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농업용수 공급을 추진하고 있고, 저수율이 낮은 저수지는 하천 물을 활용한 물 채우기 등 저수량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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