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저수율을 보이는 완도군 소안도 미라제에 급수차로 물을 공급하는 모습.완도군 제공
집계를 시작한 1973년 이래 남부지방이 역대 가장 낮은 강수량을 기록하면서 전남 완도 섬 주민들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완도군은 “올해 완도지역엔 10월까지 706㎜의 비가 내려 평년 강수량 1427㎜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고 11일 밝혔다. 완도는 올해 초 갈수기(매년 10월~이듬해 5월)에 평년 16% 수준인 44㎜의 강수량을 기록해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3월 노화읍과 보길면은 2일 급수, 6일 단수를 되풀이했지만 8월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수원지 저수율이 80%를 보여 현재 제한급수가 해제됐다.
하지만 나머지 섬 지역은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 530명이 거주하는 노화읍 넙도는 수원지 저수율(6%)이 증가하지 않아 5월부터 현재까지 1일 급수, 6일 단수를 하고 있다. 2300명의 거주하는 소안도는 미라제 저수율이 8%에 불과해 이달 1일부터 2일 급수, 5일 단수를 시행했다. 인구 3650명의 금일도도 7일부터 2일 급수, 4일 단수를 하고 있다.
완도군은 장흥 탐진댐에서 선박에 물을 실어 소안도 미라제 등에 공급하고 있지만, 회당 1000만~1500만원에 달하는 예산 문제 등으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군은 앞으로 갈수기에도 비가 내리지 않으면 제한급수 지역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가뭄 대응 계획은 단계별로 추진되고 있다. 1단계 기간은 11월 말까지로, 군은 급수선과 대형 관정을 통해 하천수를 끌어올려 수원지 용수를 보충하고, 마을별 소형 관정·하천수·간이 상수도를 정비해 생활용수를 공급할 방침이다.
11월 중순부터 진행하는 2단계는 금일·소안·노화·고금도의 수원지 준설, 마을 샘물 급수전 설치, 마을 단위 중형 관정 개발 사업을 추진한다. 또 환경부가 보유하고 있는 ‘해수 담수화 작업 선박’의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 선박은 우리나라가 올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해상이동형 해수 담수화 장치로, 1인 300t의 담수를 생산할 수 있다.
3단계는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으로 대형 철부선과 차량을 이용해 광역 상수도를 육지에서 실어나를 계획이다. 섬 주민들도 절수운동을 하는 등 가뭄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완도군은 제한급수지역에 다음 달부터 생수 페트병을 공급한다.
완도군은 매년 되풀이되는 제한급수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 광역 상수도를 공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영호 환경수질관리과 상수도팀장은 “섬마다 저수지는 있지만 수원지가 메마르면 해결 방법이 없다”며 “광역 상수도가 노화·보길도 쪽으로만 연결되면 다리로 연결된 인근 섬까지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