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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교훈 얻은 창원, 1분 2174t 배수펌프장으로 피해 막을까

등록 2022-09-05 13:17수정 2022-09-05 15:38

2003년 마산합포구서만 19명 사망 ‘악몽’
5만8000㎡ 매립, 해일 방지시설 등 완비
부산 동구는 침수 예방시설 착공 미뤄져
해운대도 방재시설 미완 탓 우려 커져
5일 오후 마산항 연안크루즈터미널에서 마산어시장 등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해안지역 소상공인들이 태풍 힌남노에 대비해 가게 입구에 쌓을 모래주머니를 만들고 있다. 최상원 기자
5일 오후 마산항 연안크루즈터미널에서 마산어시장 등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해안지역 소상공인들이 태풍 힌남노에 대비해 가게 입구에 쌓을 모래주머니를 만들고 있다. 최상원 기자

2003년 영남권을 휩쓸었던 태풍 매미에 버금가는 태풍 힌남노의 한반도 상륙이 임박하면서 태풍 상습 피해지역이 또다시 피해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지자체마다 막바지 대비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태풍 매미가 몰아쳤던 2003년 9월12일 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에서만 19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이른바 ‘신마산’으로 불리는 옛 마산 해안지역의 상가 지하 노래방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12명이 숨졌다. 매립지역인 이 일대가 순식간에 물에 잠긴 터라 침수 지역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태풍 매미는 바닷물이 차오는 만조와 겹쳤다. 빗물은 바다로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바다에서 일어난 거대한 해일이 육지를 덮쳤다. 신마산 해안지역 일대가 해발 1.7m까지 물에 잠겼다. 마산항 서항과 1부두 바다에 띄워뒀던 원목이 해안지역 상가로까지 떠밀려왔고, 일부 원목은 출입문을 막았다. 상가 안에 있던 사람들은 문을 열고 나올 수 없었다. 이런 상태에서 빗물과 바닷물이 실내로 쏟아져 들어갔다. 당시 육상에서 수거한 원목은 700t에 이르렀다. 차량 2150대가 물에 잠겨 폐차됐다.

매미를 겪은 이후 창원시·해양수산부 등은 마산항 서항과 1부두의 원목 적재 기능을 마산항 4부두 등 다른 곳으로 옮겼다. 또 국비 418억원을 들여서 마산관광호텔~마산항 2부두 구간 5만8000㎡를 매립하고, 방재언덕 등 길이 1250m, 폭 30~70m, 높이 4.5m의 해일 피해 방지시설을 구축했다. 2020년 6월 시간당 80㎜, 1분당 2174t의 비를 감당할 수 있는 배수펌프장도 건설했다.

상습 침수지역이었던 이 일대는 방재시설을 갖춘 이후엔 태풍 등 집중호우에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 하지만 태풍 매미 이후 지난 20년 동안 큰 태풍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힌남노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2019년 말 마산 앞바다에 64만2167㎡ 규모로 완공한 국내 최대 인공섬이 배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지난 4일 박완수 경남지사는 마산어시장·방재언덕·배수펌프장 등 신마산 지역 해안을 직접 돌아보며, 안전대책을 서두르도록 지시했다. 박완수 지사는 “태풍 힌남노는 역대급 위력에다 만조까지 겹치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추석 대목을 앞둔 어시장상인 등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최소화하도록 신속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에선 동구 자성대아파트 일대와 해운대구 해안지역이 가장 큰 걱정거리이다.

부산 동구는 “지난 4일 범일동의 자성대아파트 1층 주민 28명에게 임시 대피명령을 내렸다. 현재 1가구 2명만 임시주거시설로 대피한 상황”이라고 5일 밝혔다. 1976년 지어진 이 아파트는 근처에 부산진구에서 부산항 북항까지 이어지는 동천이 있다. 밀물과 썰물 영향으로 자연 배수가 어렵고 배수펌프 용량(분당 340여t 규모)도 부족해 많은 비가 올 때마다 물에 잠겨 피해를 보는 상습침수지역으로 꼽힌다.

동구는 상습침수를 막으려고 2020년부터 분당 900t규모의 대규모 펌프장과 5500여t의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저류조, 홍수방어벽 등 침수 예방시설을 설치하는 ‘범일2 침수위험지구 정비사업’에 나섰다. 이듬해인 지난해 1월에는 이곳을 자연재해 위험개선지구로 지정했다. 하지만 예산 등을 이유로 침수 예방시설 착공은 오는 10월로 미뤄졌다. 동구 안전도시과 관계자는 “역대급 태풍이라 걱정이 크다. 주민들을 설득해 태풍이 오기 전 대피를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6년 태풍 차바 당시 월파(바닷물이 방파제를 넘는 현상) 피해를 본 해운대 마린시티 쪽도 비상이다. 마린시티는 지난 2017년 파도를 막는 방재시설 사업이 시작됐는데, 부산시와 행정안전부가 방파제와 차수벽을 놓고 갈등을 빚다 최근 바다에 이안제(바다 쪽에 해안선과 평행으로 방파제를 설치하는 것)를 설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완공까지는 4년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상인들은 모래주머니로 상가 앞에 벽을 쌓는 등 태풍에 대비하고 있다.

초고층 아파트가 모인 마린시티의 빌딩풍에 따른 피해도 우려된다. 빌딩풍은 고층 빌딩 탓에 공기 흐름이 쏠리면서 바람 세기가 강해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2020년 9월 부산대 연구팀이 해운대 마린시티 순간최대풍속을 측정해보니, 국립해양과학연구원의 해상 측정값(초속 23m)보다 두배 이상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태풍은 역대급으로 강할 가능성이 크다. 해운대구는 5일 오후 6시부터 마린시티 등 주민에게 근처 학교로 대피 권고를 내렸다.

최상원 김영동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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