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경남 김해시 대동면 대동선착장 모습. 김영동 기자
“하굿둑으로 강이 막혀 있는데, 여따가 또 4대강 한다고 보로 막아뿌다 아입니꺼. 함 보소. 녹조 때메 (강이) 시커머이 썩어가는 거.”
지난 4일 경남 김해시 대동선착장에서 만난 이아무개(66)씨가 강물을 가리키며 역정을 냈다. 그는 부경신항수협 김해어촌계 소속 어민이다. 강으로 다가가니 초록색 녹조가 시루떡처럼 쌓여 썩은 내가 진동했다. 이씨는 “배를 타고 나가면 악취 때문에 두통과 구역질이 난다. 배 안에 강물을 끌어들여 잡은 물고기를 산 채로 보관하는 ‘물칸’이 있는데, 2~3시간만 선착장에 배를 정박해 두면 (강물의 녹조 때문에) 물고기가 폐사해버린다”고 했다.
“벌써 10년쨉니더. 40년 동안 여서 고기 잡고 양식하며 살았는데, 여름철만 되면 녹조가 범벅이라서 먹고살 끼 없습니더. 정부에 얘기해서 물 좀 흐르게 해주이소.” 이씨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국립환경과학원 물환경정보시스템 조류모니터링 자료를 보면, 보 완성 시점인 2012년부터 올해까지 여름철(7~8월) 낙동강 유해남조류는 갈수록 악화하는 추세다. 1㎖당 한달 평균 유해남조류 세포 수가 중상류 구미보는 2012년 7월 3550여셀에서 2022년 7월 5만8400여셀로, 강정고령보는 같은 기간 동안 3900여셀에서 8만5700여셀로 증가했다. 중하류 합천창녕보는 2012년 7월 5700여셀에서 2022년 7월 9만2200여셀로, 창녕함안보는 2만1400여셀에서 8만5200여셀로 늘었다. 말 그대로 폭증세다. 하류인 물금·매리 지역의 지난달 남조류 세포 수는 10만1400여셀이었다.
국립환경과학원 낙동강물환경연구소가 조사한 2012년부터 올해까지 여름철(7~8월) 낙동강의 시오디(COD·화학적산소요구량) 수치를 보면, 중상류인 경북 구미시에서는 1ℓ당 최대 10㎎, 중하류인 경남 함안은 최대 11㎎, 하류인 부산 구포 지역은 최대 15㎎을 기록했다. 환경정책기본법의 시오디 기준은 매우 좋음(2㎎), 좋음(4㎎), 약간 좋음(5㎎), 보통(7㎎), 약간 나쁨(9㎎), 나쁨(11㎎), 매우 나쁨(11㎎ 초과)으로 분류된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비오디(BOD·생화학적산소요구량)는 강물의 양이 늘어나면 오염도가 희석될 수 있지만, 시오디는 강물 양과 관계없다”고 말했다.
녹조류가 만들어내는 맹독성 발암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승준 부경대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말과 지난 3월 두차례 실시한 조사를 보면, 낙동강 하류 지역 2곳에서 낙동강 물로 재배한 쌀과 무·배추 등 채소에서 허용치를 초과한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왔다. 쌀은 1㎏당 2.53~3.18㎍이 검출됐는데, 세계보건기구 등의 기준을 적용하면 간 병변 허용치를 1.97~2.48배 초과한다. 녹조가 발생한 낙동강 물로 실험 재배한 상추에서는 1㎏당 67.9㎍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환경단체들은 지난달 27일 대구 수돗물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경부는 “조류독소의 유무를 신속히 판단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분석법으로, 정확도가 낮다”며 환경단체가 사용한 분석 방법을 트집 잡았다. 대구시는 “고도정수처리로 독성물질을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민은주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수질 문제는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데, 정부나 지자체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마이크로시스틴 측정 방법과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경남 김해 대동면 대동선착장 근처 강변 모습. 김영동 기자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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