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부산지부가 부산 강서구의 부산신항 국제터미널 근처 삼거리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김영동 기자
“기름값이 을매나 올랐는지 알잖습니꺼. 정부가 이라믄 안 되는 기라예. 안전운임제까정 없애블믄 우린 그냥 마, 손꾸락만 빨란 소린교?”
7일 오전 부산신항 국제터미널 입구. 28년차 컨테이너 차량 기사 김아무개(61)씨 목소리가 격하게 흔들렸다. 그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부산지부 총파업 출정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른 아침을 챙겨 먹고 집을 나섰다고 했다. 김씨가 밝힌 한달 평균 수입은 340만원 안팎. 과속·과적 없이도 빠듯한 살림을 유지해온 건 안전운임제 덕분이라고 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기름값이 폭등하면서 운행경비가 120만원 가까이 늘었다. 김씨의 한탄이 이어졌다. “안전운임제 덕분에 그나마 버티는 기라예. 나랏일 하는 양반들한테 우리 사정 좀 전해주이소.”
옆에 있던 이아무개씨도 거들고 나섰다. “그거(안전운임제) 없으면예, 우리 기사들 과속·과적 안 하고는 못 버팁니더. 그라믄 도로 안전도 위험해진다 아입니꺼. 우리 생계도 생계지만, 국민들 이용하는 도로까정 위험해져야 되겠습니꺼.”
안전운임제는 화물기사들의 ‘적정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억제하자는 취지로 2018년에 도입됐다. 화물기사에겐 일종의 ‘최저임금’ 구실을 했으나 도입 당시 명기한 ‘일몰 규정’ 때문에 올해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정부는 화주와 운수사업자의 반발을 의식해 기한 연장 의지가 없다.
이날 화물연대의 파업 집회가 열린 곳은 부산뿐만이 아니다. 경기(의왕)·인천·울산·전남(광양) 등 전국 16개 주요 항만과 화주 기업 앞에서도 동시다발로 총파업 출정식이 열렸다. 국토교통부 추산으로는 9000여명의 화물기사가 참여했다. 화물연대 파업은 지난해 11월 이후 7개월 만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 뒤 노동계의 첫 실력행사다.
국내 최대 항만 도시인 부산은 화물연대가 화력을 집중한 지역이다. 1천명을 웃도는 화물기사들이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등의 구호를 붙인 대형 트럭 550여대를 몰고 집회 장소인 국제터미널 삼거리로 모여들었다. 발언대에 선 파업 지도부 인사들은 하나같이 정부의 묵묵부답을 성토했다. 천춘배 화물연대 부위원장은 “우리 요구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정권과 자본이 파업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정훈 부산지부 사무국장도 “우리는 생존을 위해 총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로 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제1·2터미널에서 열린 서울·경기지부 출정식에서도 절절한 사연들이 쏟아졌다. <한겨레>가 만난 17년차 화물기사 김아무개(57)씨는 “가만히 있다가는 거리로 나앉을 판이다. 기름값 지출하고 나면 한달에 집에 가져가는 돈이 100만원도 안 될 때가 많다”고 했다. 음료 운송이 주업무인 5년차 기사 최아무개(56)씨는 “운송회사 쪽에 기름값을 조금만 부담해주면 안 되겠냐고 물었더니, ‘그런 소리 할 거면 차라리 그만두라’는 면박만 들었다”고 푸념했다. 15년차 조합원 김아무개(39)씨는 “안전운임제마저 없으면 누가 이 험한 일을 하겠나. 국가 동맥인 물류가 멈춰도 정부는 상관없단 뜻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화물연대의 단체행동에 ‘엄정한 법 집행’만 되풀이해 공언하고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파업 과정에서) 대형차량을 동원한 편법 운송방해나 정상 운송 차량에 대한 게릴라식 불법행위 소지가 농후하다”며 “불법행위나 그로 인한 운송방해를 방치해선 안 되는 만큼, 불법행위자는 최대한 현장 검거를 원칙으로 하고, 예상 가능한 상황별 조치계획도 사전에 마련하라”고 내부 지시했다. 경찰은 도로교통법을 적용해 운전면허 정지·취소 등 행정처분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울산지부 출정식이 열린 울산신항에서는 집회 뒤 파업 미참여 차량의 화학단지 출입을 막은 조합원 4명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장 검거됐다.
김영동 곽진산 박태우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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