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본포취수장 취수구. 녹조 덩어리가 취수구에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고 물을 흩뿌리고 있지만, 이미 강물 전체가 녹조류로 물들어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 이후 해마다 녹조현상이 발생하는 낙동강물로 생산한 쌀과 채소에서 녹조류 독성물질이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환경단체는 4대강 사업으로 건설한 보 수문을 열어 녹조현상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4대강 재자연화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어 향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환경운동연합은 22일 “낙동강 하류 지역에서 낙동강물로 생산한 쌀을 이상길·이승준 부경대 교수(식품영양학과) 연구팀에 의뢰해 성분을 분석한 결과, 허용치를 훨씬 초과하는 수준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녹조류가 생성하는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은 맹독성 발암물질로, 인체에 흡수되면 간·폐·혈청·신경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정자·난자 감소나 변형시키는 등 생식독성도 가지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에는 농업용수와 농산물에 녹조 독소 잔류기준은 없다.
낙동강 하류 지역 2곳에서 낙동강물로 생산한 쌀을 성분 분석한 결과, 조사대상 쌀에서 ㎏당 마이크로시스틴 2.53~3.18㎍이 검출됐다.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과 미국 캘리포니아주 환경보호국, 세계보건기구 등의 기준을 적용하면, 이는 어른 1명이 하루에 쌀 300g을 먹는다고 가정했을 경우 간 병변은 허용치의 1.97~2.48배, 생식독성은 7.02~8.83배 초과하는 수준이라고 환경운동연합은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말 낙동강 중하류 지역에서 낙동강물로 재배한 무·배추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당 마이크로시스틴이 1.85㎍, 1.1㎍씩 검출됐다. 어른이 분석 대상 쌀(300g)과 무·배추(100g)를 함께 먹는다고 가정했을 때, 간 병변은 허용치의 3.25배, 생식독성은 11.56~20.81배 초과하는 양이 체내에 흡수되는 셈이다. 녹조현상이 발생한 낙동강물로 실험 재배한 상추에서는 이보다 훨씬 높은 ㎏당 67.9㎍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바 있다.
이상길 교수는 “마이크로시스틴은 상당히 안정된 물질이라, 300℃ 고열에서도 분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열, 조리과정을 거쳐도 독성은 그대로 남는다는 얘기다. 여기에 낙동강물로 재배한 다른 농작물과 낙동강에 서식하는 어패류에서도 녹조 독성물질이 검출될 가능성이 크다.
환경운동연합은 “우리 밥상에 녹조류 독성물질이 올라온다는 사실이 거듭 확인되고 있다. 국민건강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녹조 독성 조사를 해야 한다. 또 보 수문을 열어서 강물을 흐르게 함으로써 하루빨리 녹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윤 당선자는 “4대강 재자연화는 친수관리와 이용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며 “이명박 대통령께서 하신 4대강 보 사업을 잘 지키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4대강 사업을 승계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구상은 국민통합이 아닌 국민분열만 가중시킬 것이다.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해 윤 당선자는 4대강 사업 승계 발언의 폐기를 선언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사진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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