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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딸’만이 아니었던 군부 희생 미얀마 여성들을 기억해주세요

등록 2022-02-25 14:02수정 2022-02-25 14:24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 <봄 혁명의 우먼 파워> 발간
군부에 맞서다 숨진 여성 104명 소개한 자료집
“민주주의 외치다 스러진 여성들 기리고자”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가 펴낸 자료집 &lt;봄 혁명의 우먼 파워&gt;의 표지.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가 펴낸 자료집 <봄 혁명의 우먼 파워>의 표지.

“만약 내가 죽더라도 나를 구하지 마세요. 나를 내버려두고 계속 싸우세요. 만약 우리가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면, 나의 죽음은 헛되지 않을 것이에요.”

15살 소녀 마 주에윈트와르는 자신의 각오를 적은 편지를 목에 걸고,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에 나섰다. 그리고 결국 2021년 3월14일 시위 도중 머리에 총을 맞고 숨졌다. 이 소녀는 일주일 전 시위 도중 체포됐으나, 어린아이라는 이유로 풀려났다. 하지만, 풀려난 뒤 또다시 시위에 참여했고, 목숨을 잃었다.

19살 소녀 마 키알 신도 2021년 3월3일 시위 도중 머리에 총을 맞고 숨졌다. ‘엔젤’이라고도 불렸던 이 소녀가 숨질 당시 입었던 옷에는 ‘모두 잘될 것이야’(Everything will be OK)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소녀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사진이 퍼지면서, 이 소녀와 문구는 미얀마 민주화 투쟁의 상징으로 부각됐다. 또한, 이 소녀가 태권도 강사로 활동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에서는 ‘태권소녀’라는 이름으로 소개됐다. 무자비한 미얀마 군부는 3월5일 무덤을 파헤쳐 소녀의 주검을 탈취해갔다.

2021년 2월9일 언니와 함께 시위를 지켜보던 21살 여성 미야 트웻 트웻 카잉은 머리에 총을 맞았다.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있었지만, 총알이 이를 뚫었다. 그는 뇌사상태로 있다가, 열흘 뒤 숨졌다. 미얀마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발생한 첫 여성 희생자였다. 피격 당시 이 여성은 빨간색 셔츠를 입고 있었다. 빨간색은 군부에 의해 구금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의 상징 색깔이었다. 장례식에는 2천여명의 시민이 참석했다.

태국에 본부를 둔 비영리 인권단체인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25일 미얀마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여성 104명의 생애를 조명한 자료집 <봄 혁명의 우먼 파워>를 발간했다.

지원협회는 자료집에서 “2021년 2월1일 새벽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자, 불과 일주일 만에 미얀마 전국에서 평화시위가 일어났다. 봄 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이때부터 올해 1월까지 최소 104명의 여성이 군부에 의해 살해됐다. 우리는 미얀마에서 소수자 집단인 여성들의 혁명 정신과 희생, 그리고 테러리스트 군부의 손에 스러져간 그녀들을 알리고 기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얀마 민주화 투쟁에 대한 한국 사회의 관심과 지지를 호소했다.

미얀마 민주화 투쟁을 지원하는 단체들로 이뤄진 ‘한국-미얀마 민주주의공동행동’은 “자료집에 실린 희생자들의 나이와 지역은 매우 다양하다. 이들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공통점은 아버지의 이름이 함께 실려있다는 것이다. 모든 여성이 ‘누구의 딸’로 불린다는 것만 봐도 미얀마에서 여성의 지위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또 “봄 혁명을 계기로 미얀마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미얀마 군부에 의해 목숨을 잃은 사람은 지난 24일 기준 1579명에 이른다. 자료집은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 누리집(aappb.org)을 통해 누구나 볼 수 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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