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 어게인 테스형 부산 콘서트’ 포스터.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사상 처음으로 7천명을 돌파하는 등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연말연시 사적 모임 자제와 학생들의 백신 접종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한쪽에서는 유명 가수들의 대형 콘서트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방역과 경제 사이 딜레마의 한 장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8일 오후 부산시청 9층 브리핑룸에서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학부모님께서는 12~17살 자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 연말연시를 맞아 모임을 계획하는 분들은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자제해주시길 당부드린다”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두자릿수를 유지하던 부산 지역 하루 확진자 수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정책 시작 뒤인 지난달 1일부터 늘기 시작하더니 3일 사상 처음으로 200명을 돌파했다. 이어 7일에는 253명이 확진돼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8일에도 0시부터 오후 2시까지 239명이 확진됐다.
이날 호소에 김석준 교육감까지 나선 이유는, 학생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주일 동안 확진된 학생은 161명으로 하루 평균 23명이다. 10월 하루 평균 5명과 비교하면 4배가량, 지난달 하루 평균 12명에 견줘서는 갑절가량 늘었다. 이에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은 13~24일을 학생 백신 접종 집중기간으로 정하고 학교별 단체 백신 접종을 독려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상황은 엄중해지고 있지만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선 연말까지 유명 가수들의 대형 콘서트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10~12일엔 하루 두차례 2시간씩 ‘나훈아 어게인(AGAIN) 테스형 부산 콘서트’가 열린다. 이 공연은 16일 오전 10시 인터넷 예매를 시작했는데 장당 12만~16만원인 회당 4천석의 좌석이 15분 만에 매진됐다. 이어 18일 저녁 6~8시엔 이승철 전국투어 콘서트가 열린다. 이 공연은 11일 저녁 6시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 체조경기장, 31일 저녁 8시 대구 엑스코에서도 열린다.
주최 쪽은 백신 접종 완료자와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만 입장하는 방역패스와 좌석 거리두기, 함성과 떼창 금지, 마스크 착용 의무화, 물 외 음식물 반입 금지 등 방역수칙을 적용한다.
부산시는 이들 대형 콘서트가 새로운 집단감염의 고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지만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옛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선 자치단체 자율성이 어느 정도 부여됐지만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작된 뒤론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정부의 단계적 일상 회복 방역지침에 따르면 방역수칙 이행을 조건으로 공연장은 5천명까지 입장이 가능하다. 부산시는 “주최 쪽이 자율적으로 방역수칙을 지켜주길 바랄 뿐이다. 방역수칙을 어기면 규정에 따라 처벌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