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새벽 경남 남해소방서 119구급대 구급차의 블랙박스 카메라에 찍힌 장면. 의붓어머니의 폭행으로 숨진 딸을 아버지가 안고 119구급차로 달려가고 있다. 경남소방본부 제공
지난달 23일 경남 남해군에서 일어난 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경찰이 피의자인 의붓어머니 ㄱ(40)씨에게 ‘아동학대 살해죄’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 2월26일 아동학대 처벌 강화를 위해 제정된 이른바 ‘정인이법’ 첫 적용 사례다.
경남경찰청 여청범죄수사대는 “남해 아동학대 사망 사건의 피의자 ㄱ씨를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구속했으나 적용 죄명을 ‘아동학대 살해’로 바꿔서 검찰에 넘겼다”고 1일 밝혔다.
애초 아동학대범죄처벌법에는 ‘아동학대 치사’만 있었는데, 지난해 10월 생후 16개월 된 정인이가 의붓 부모에게 상습적으로 학대를 당해 숨지는 ‘정인이 사건’이 발생하자 국회는 지난 2월26일 ‘아동학대 살해’를 신설하는 이른바 ‘정인이법’을 통과시켰다. 아동학대 치사는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형이 선고되지만, 아동학대 살해는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으로 처벌 수위가 더 높다.
앞서 ㄱ씨는 지난달 22일 밤 9시30분께부터 2시간가량 의붓딸 ㄴ(13)양을 집 안에서 넘어뜨리고 밟고 마구 때렸다. ㄱ씨는 다음날 새벽 4시15분께까지 아무런 구호조처 없이 ㄴ양을 방치했다.
경찰 조사 결과, ㄱ씨는 ㄴ양을 초등학교 5학년이던 2019년부터 상습적으로 폭행했고, 지난 3월 남편과 별거한 이후 더욱 심하게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ㄴ양은 지난 5월 중순부터 배가 부푸는 등 복통을 호소했는데, 경찰은 의붓어머니로부터 당한 상습학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경찰 관계자는 “ㄴ양은 의붓어머니로부터 심한 폭행을 당한 직후인 지난달 22일 자정을 전후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 아직 정확한 부검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나, 부검의는 사망원인은 ‘외부충격에 의한 장기손상’이라는 소견을 냈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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