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1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유족들이 각명비 앞에서 제물을 차려놓고 예를 올리고 있다.
다음달 3일 열리는 제72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이 코로나19의 지역 확산을 막기 위해 대폭 축소해 거행된다. 4·3추념식을 대폭 간소화해 치르는 것은 1991년 추념식이 공식적으로 열린 이후 처음이다.
제주도는 ‘4·3희생자추념식 준비상황 보고회’를 열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추념식 간소화 계획과 안전관리 방안을 논의하고 이렇게 결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4·3추념식 행사에는 유족과 추념식 진행 관계자 등 150여명으로 참석자를 최소화하게 된다.
해마다 4·3추념식 행사에는 유족과 제주 출신 국내외 인사 등 1만5천여명이 참석했지만, 올해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행사운영지침에 따라 감염병 취약계층과 도외 인사들은 원칙적으로 행사 참석을 제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감염병 취약계층인 65살 이상이거나 만 5살 미만 영유아, 임신부, 만성질환자, 면역저하자 등은 행사 참석을 제한하게 된다. 4·3 희생자 유족들이 만 70살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올해 추념식 행사에는 참석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4·3평화공원 내 위패봉안실과 각명비, 행방불명인표지석 등은 공개되며, 4·3평화공원을 방문하는 도민과 유족들은 낮 12시 이후 방문해달라고 당부했다.
송승문 제주4·3유족회장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올해 4·3추념식은 대폭 간소화하고 축소할 수밖에 없다. 유족과 희생자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으로 올해 추념식은 규모가 간소화됐다.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제주를 청정하게 지키는 이이 4·3 영령과 유족들의 뜻이 살아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4·3추념식은 행사장인 추념광장에 최소 규모로 충분한 거리를 띄어 좌석을 배치하고 모든 참석자는 사전 문진표를 작성해야 한다. 또 응급 상황 발생 때 환자 이송을 위한 현장진료소 운영과 발열 검사를 위한 발열 감시 카메라 설치 및 체온계,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을 비치하고 행사장에 대한 집중 방역을 위해 방역담당관을 지정해 방역대책반을 운영하기로 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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