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열린 제주4·3 71주년 추념식에 몰린 유족과 제주도민들.
코로나19 여파로 해마다 1만여명의 유족과 도민들이 참석해 치러오던 제주4·3추념식도 올해 크게 축소될 전망이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회장 송승문)는 최근 역대 회장단과 고문, 임원진 등이 모여 논의를 한 결과 “이런 식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지속하면 추념식 행사를 축소해서 거행할 수밖에 없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9일 밝혔다. 이와 관련해 유족회는 오는 11일 운영위원회 회의를 열고 최종적으로 의견을 모아 제주도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날 모임에서는 대부분의 참석자가 “4·3추념식이 부모·형제 제사나 다름없는데, 제사를 연기하는 거나 취소하는 것은 안 된다. 개인적으로 참배 오는 사람을 막을 권한이 없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현재의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면 추념식을 최대한 간소화하는 방향으로 치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유족회 산하 26개 지회별로 그동안 참가자들을 위해 버스를 동원했으나 올해는 이를 하지 않기로 했으며,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지회별 천막과 도시락 준비 등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와 함께 추념식 행사를 축소할 경우 해마다 추념식 전날 유족회 임원들만 참가해 치러오던 제례도 당일 오전 9시께로 옮겨 간소하게 할 예정이다. 또 오는 4월2일 예정됐던 전야제와 4·3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궐기대회도 취소하기로 했다. 4·3 관련 단체들도 이달 말부터 예정됐던 72주년 4·3 행사를 올해 하반기 이후로 줄줄이 연기했다.
송승문 유족회장은 “보통 3월15일 정도 되면 초청장을 보내는데 12일까지는 의견을 모아 제주도에 전달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제주도는 행안부와 행사를 논의하게 된다”고 말했다.
제주4·3추념식이 축소 봉행되는 것은 1989년 첫 4·3위령제를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4·3추념식에는 한해 1만여명 안팎의 유족과 제주도민, 재일동포 등이 참석한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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