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제주4·3 72주기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지만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4·3특별법) 개정안은 제대로 논의도 이뤄지지 못한 채 자동 폐기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19일 제주4·3유족회 등의 말을 들어보면,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4·3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를 위해 그동안 여야 원내대표 방문, 유족들의 거리행진과 결의대회, 및 국회 앞 삭발투쟁 등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 정부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20대 국회 마지막 임시회가 총선 이후인 4월 말이나 5월 초에 열릴 예정이지만 4·3특별법 개정안을 심사하고 처리하기에는 시일이 촉박해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4·3특별법 개정안은 2016년 8월 강창일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이 낸 개정안을 시작으로 2019년 3월까지 5건이나 잇따라 발의됐다. 특히 오영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2017년 12월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희생자에 대한 보상금 지급과 군사재판의 무효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전부 개정안이다.

그러나 이들 개정안은 그동안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상태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4·3특별법이 논의된 것은 2018년 9월11일과 지난해 4월1일 등 2차례에 지나지 않았다. 이마저도 별다른 결론 없이 ‘계속 심사’하기로 한 채 끝난 뒤 지금까지 심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4·3특별법 개정안 가운데 핵심문제는 희생자에 대한 배상 문제다. 지난해 4월 열린 국회 행안위 범안심사소위에 출석한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이 “재정 당국과 얘기하고 있다”고 한 것이 전부다. 군사재판의 무효화에 대해서도 윤 차관은 “행안부는 사법부 권한 침해 우려와 4·3 희생자의 명예회복의 필요성을 비교 형량해서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며 부정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유족들은 4·3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와 관련해 여야간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정부도 문제해결에 소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족과 관련 단체들은 “4·3 추념식 기간만 돌아오면 정치권과 정부가 4·3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지만 그때 뿐이다. 이대로 가면 4·3특별법 개정안은 제대로 논의도 하지 못한 채 자동폐기될 것 같다”며 ”이번 추념식 때는 정치권과 정부가 무슨 얘기를 할지 모르겠다. 정치권은 진지한 논의를 하지 않고, 정부도 매우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 유족들의 불만이 높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