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아무개씨가 지난달 7일 제주동부경찰서에서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 전남편 살해사건’의 피의자 고아무개(36)씨가 1일 재판에 넘겨진다. 제주지방검찰청은 이날 수사 결과 브리핑을 통해 “특별수사팀(팀장 우남준 부장검사)을 구성해 피고인의 범행 동기, 범행 방법 등을 규명하기 위해 주요 범행도구에 대한 DNA 재감정, 고씨 휴대폰에 대한 디지털 과학수사 결과 재분석, 추가 압수수색, 현 남편 추가 조사 등 보강수사를 진행했다”며 고씨를 살인 및 사체 손괴·은닉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12일 송치 직후 경찰에서의 수사 사항 언론 노출 등을 문제 삼으며 진술거부로 일관하다가 후반에는 ‘기억이 파편화돼 일체의 진술을 할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애초 경찰은 고씨를 살인 및 사체 손괴·은닉·유기 등 모두 4가지 혐의로 특정해 사건을 넘겼으나, 검찰은 유기된 피해자의 주검을 발견하지 못함에 따라 사체 유기 혐의는 제외했다.
고씨는 지난 5월25일 오후 8시10~9시50분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미리 산 수면제인 ‘졸피뎀’을 음식물에 섞어 피해자인 전남편(36)에게 먹게 한 뒤 숨지게 하고, 다음 날인 5월26~31일 주검을 훼손한 뒤 제주 인근 바다와 경기지역 등에서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고씨가 범행 동기를 밝히지 않음에 따라 사건의 전말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전남편을 살해한 고씨의 범행이 계획적이었는지 여부다. 고씨는 지난달 1일 충북 청주시 자택에서 붙잡혀 제주로 온 고씨는 경찰 수사 때부터 줄곧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하고 있다. 고씨 쪽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상처를 입은 오른손을 법원에 증거보전신청을 했다. 그러나 검찰은 오른손 상처가 전남편을 공격하다 난 공격흔이고, 또다른 상처는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만든 자해흔이라고 보았다. 고씨는 검찰 보강수사 과정에서도 모두 10차례 조사를 받았으나 모든 진술을 거부했다.
검찰 관계자는 “고씨의 몸 여러 부위에 상처가 있다. 큰 틀에서 여러 상처 가운데 일부는 자해를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달 12일 사건을 경찰로부터 넘겨받고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를 벌여온 검찰은 고씨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피해자의 DNA가 발견된 흉기 등 증거물이 모두 89점에 이르고, 계획적 범행임을 입증할 여러 정황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고씨가 제주에 오기 바로 전날인 5월17일 충북 청주시의 한 병원에서 처방받아 피해자의 혈흔에서 나온 ‘졸피뎀’을 사고, 제주에 온 뒤인 같은 달 22일 마트에서 범행에 이용한 물품을 산 사실도 확인했다.
한편 충북 청주상당경찰서는 지난 3월2일 숨진 고씨의 ‘현 남편 아들(4)’의 사망사건 규명을 위해 형사 5명과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 2명 등 7명을 이날 제주지검으로 파견해 수사하고 있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아들의 사인이 ‘질식사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경찰에 통보한 바 있다.
이번 ‘제주 전남편 살해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내내 고씨의 가족에 대한 신상털기와 근거 없는 소문이 인터넷 등을 통해 나돌았으며, 일부 언론들도 사건과는 관련 없는 선정적인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실제 제주지방경찰청이 지난달 5일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신상공개를 결정한 뒤 도를 넘은 고씨와 고씨 가족 등에 대한 신상털기와 각종 유언비어가 퍼지기도 했다. 인터넷에는 고씨의 출신학교와 졸업사진 등 각종 정보가 게재되고, 고씨 가족의 이름과 직장, 얼굴 사진 등의 개인정보까지 나돌았다. 고씨와 전혀 관계없는 렌터카 회사는 “고씨 가족의 회사가 렌터카 이름을 바꿔 영업한다”는 댓글을 단 누리꾼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대학 전공 지식을 범행에 활용했다거나 고씨의 전 남자친구가 실종돼 대학 동기들이 경찰에 실종 신고했다는 등의 소문이 나돌았으나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해당 학과는 “우리 학과 출신이 아니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언론도 지나치게 자세하게 범행수법을 보도하거나 무분별하게 ‘단독’표기 등을 는 등 선정적인 보도를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허호준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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