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남 제주동부경찰서장이 11일 ‘전남편 살해사건’ 관련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제주에서 전남편을 숨지게 하고 주검을 훼손·유기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고아무개(36)씨가 검찰에 송치된다. 고씨는 재혼한 남편과의 관계가 깨질까 두려워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11일, 제주동부경찰서는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고씨를 살인 및 사체손괴·유기·은닉 등의 혐의로 12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 수사결과 고씨는 전남편(36)과 이혼한 뒤 다른 남성과 재혼해 충북 청주에 거주하다 지난달 18일 차를 갖고 배편으로 제주도에 온 뒤 제주시내 펜션에서 만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고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8~9시16분 사이에 전남편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고, 지난달 27일 오후 11시30분께 퇴실하기 전까지 피해자의 주검을 훼손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씨는 이어 지난달 28일 완도행 여객선을 타고 제주를 빠져나가는 과정과 다른 지방에서 주검을 유기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고씨는 체포 당시부터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고씨가 제주에 오기 전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처방받아 구매하고 제주에 온 뒤 마트에서 범행도구 등을 사들였으며, 범행 현장 청소 및 해상 등 여러 곳에 주검을 유기한 점 등을 들어 계획 범죄로 보고 있다. 경찰은 또 공범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조사한 결과 고씨는 전 남편과의 자녀 면접교섭권 소송 등으로 재혼한 남편과의 결혼 생활이 깨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등 피해자의 존재로 갈등과 스트레스가 계속될 것이라는 극심한 불안 때문에 범행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충북 청주시의 고씨 자택 인근에서 범행에 사용한 흉기 등을 발견했으며, 지난 5일에는 인천 서구의 한 재활용품업체에서 유해 일부를 찾아 피해자와 관련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을 의뢰했다.
박기남 제주동부경찰서장은 “사건을 검찰로 송치한 뒤에도 피해자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계속 노력을 해 피해자와 유가족의 억울함을 풀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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