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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바다 26㎞ ‘천혜의 물길’ 헤집고 13동 타운하우스?

등록 2021-07-08 14:17수정 2021-07-08 16:57

환경단체, 제주 최장 천미천 정비사업 감사 청구
“홍수 피해 예방 명분인데, 10여m 옆 개발사업 허가
앞뒤 안 맞는 행정…예방효과·환경파괴 등 분석 없어”
천미천 정비사업이 진행될 구좌지구의 우안 5지구에 있는 경관이 소(물 웅덩이). 하천 오른쪽으로 침수 피해 예방을 목적으로 제방을 건설할 예정인 가운데 바로 옆에 타운하우스가 건설되고 있다. 허호준 기자
천미천 정비사업이 진행될 구좌지구의 우안 5지구에 있는 경관이 소(물 웅덩이). 하천 오른쪽으로 침수 피해 예방을 목적으로 제방을 건설할 예정인 가운데 바로 옆에 타운하우스가 건설되고 있다. 허호준 기자

제주도가 침수 피해 방지를 목적으로 하천 정비사업을 벌이는 가운데 이 사업지구에서 가까운 곳에 타운하우스가 건설되고 있어 환경단체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8일 “천미천 정비사업과 관련해 수십 차례의 개별적, 산발적 계획에 의한 중복성·낭비성 예산 투입과 사업계획에 대한 타당성 문제, 천미천 구좌지구 정비사업 주변 타운하우스 건설 허가 등에 대한 감사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천미천 구좌지구 사업계획 중 ‘우안 5지구’는 천미천 내에서 물이 풍부하고 경관이 아름다운 곳인데, 하천 정비구역 대상에 선정돼 제방 건설 사업을 하게 된다”며 “이곳에서 10여m 떨어진 곳에 타운하우스 13개동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침수 피해 예방을 명분으로 하천 정비사업을 하며 바로 옆에 개발사업 허가를 내준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행정이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사업계획 구간을 조사한 결과 하천 주변이 숲 또는 목장이 많았다. 하천 정비 이유가 침수 피해 예방이라면 피해가 있는 지역에 가옥이나 농지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양안의 상록활엽수림을 훼손하면서까지 제방을 건설해야 하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1990년대 초반부터 진행한 제주에서 가장 긴 천미천 정비사업으로 한해 또는 격년으로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씩 모두 240억원이 들었는데, 또다시 상류 부근에도 하천 정비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하천 정비사업으로 천미천의 아름다운 경관과 생태계가 파괴됐지만, 홍수피해 저감효과뿐 아니라 경제성 분석이나 생태 환경적 점검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제주도는 홍수피해 예방 등을 이유로 사업비 470억여원을 들여 천미천 구좌지구(조천~구좌) 5.7㎞ 와 표선지구(성읍~신천) 8.6㎞ 구간에 대한 정비사업을 벌이고 있다.

천미천은 길이 25.7㎞로 제주도내 143개 하천 가운데 가장 긴 하천으로 한라산 해발 1100m 부근에서 발원해 제주시와 서귀포시 지경을 넘나들며 흐르다가 표선면 신천리 바닷가로 연결된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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