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매일신문>이 19일 게재한 정부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만평과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폭행 모습 사진. 5·18단체 등은 해당 만평이 광주시민 아픔을 이용했다고 지적했다.5·18기념재단 제공
5·18기념재단과 5·18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가 22일 5·18 광주민주화 운동 당시 민간인을 무차별 폭행한 계엄군을 소재로 한 정부 비판 만평을 실은 대구 <매일신문>에 사과를 요구했다.
단체들은 이날 성명을 내어 “광주시민의 5·18 상처를 덧낸 대구 <매일신문>은 즉각 사과하고 만평 작가를 교체하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18일 저녁 7시50분께 대구 <매일신문> 누리집 ‘매일희평’에는 5·18 당시 무장 공수부대가 시위에 나선 시민들을 곤봉과 군홧발로 짓밟는 모습을 비유한 만평이 실렸고, 다음 날 지면에 여과 없이 게재됐다. 해당 만평을 비판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제기되고 논란이 일자 20일 오후 이 만평은 누리집에서 사라졌다”고 말했다.
5·18단체는 “만평의 목적은 국정 비판으로 보이지만 광주시민은 41년 전의 고통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토대라지만 사회적 공감대와 상식이라는 울타리 내에서 작동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23일치 <매일신문> 만평도 계엄군이 시민을 폭행하는 모습의 사진을 인용했다”고 했다.
앞서 <매일신문>은 ‘집 없이 떠돌거나 아닌 밤중에 두들겨 맞거나'라는 제목의 19일 만평에서 건보료, 재산세, 종부세를 5·18 계엄군의 모습으로 의인화해 9억원 초과 1주택자를 곤봉으로 때리는 모습을 그렸다. 대구시민단체들도 23일 <매일신문> 사옥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매일신문>은 21일 누리집에 입장문을 올려 “광주민주화운동과 정신을 폄훼할 의도는 갖고 있지 않다. 광주시민의 생채기를 조금이라도 건드리고 들춰낸 점이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면서도 “이 만평을 그린 김경수 화백은 ‘어떤 성역도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비판한 것이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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