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서 숨진 영아가 발견된 여수시 한 아파트 내부.<한겨레>자료사진
숨진 자신의 아이를 2년간 냉장고에 보관한 친모가 재판에 넘겨졌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전남 여수 자택에서 생후 2개월 된 자녀를 방치해 사망하게 하고 주검을 2년간 냉장고 냉동실에 보관한 ㄱ(41)씨를 아동학대 치사, 사체은닉, 아동유기·방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ㄱ씨는 2018년 10월 말께 태어난 지 두 달이 된 쌍둥이 아들을 방치해 숨지게 하고 주검을 냉동실에 2년간 숨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큰아들(7)과 쌍둥이 딸(2)을 2018년 8월부터 쓰레기가 가득한 집에 방치한 혐의도 받고 있다. 딸의 출생신고도 하지 않았다.
검찰은 숨진 영아에 대해 출생신고와 사망신고 절차를 밟고 있으며 나머지 자녀에 대해서는 출생신고와 친권상실 청구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 6일 ㄱ씨가 자녀를 방임한다는 신고가 동사무소에 접수됐다. 아동보호기관은 ㄱ씨로부터 자녀를 분리해 조사한 결과 “동생이 쌍둥이다”는 아들의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지난달 27일 ㄱ씨의 아파트를 수색해 집 냉장고 안에서 숨진 영아의 주검을 발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숨진 영아에 대해 ‘외력에 의한 손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1차 부검 소견을 내놨으며 정밀 결과는 두 달 후 나올 예정이다.
경찰 조사 결과 미혼모인 ㄱ씨는 생계를 위해 오후 6시부터 새벽 2∼3시까지 식당에서 일하는 동안 자녀들은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ㄱ씨의 집에서 악취가 난다는 민원이 접수돼 여수시청 공무원이 방문했을 때 ㄱ씨는 아이 주검을 자신의 차량에 옮겨 은폐를 시도하기도 했다.
ㄱ씨는 경찰에서 “쌍둥이 아들이 갑자기 숨졌는데 무서워서 냉장고에 보관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시는 남겨진 자녀를 보호하고 있으며 ㄱ씨의 집안에서 쓰레기 5t 분량 치우고 벽지 도배와 장판 교체 등 집안 환경을 정비했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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