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국가산단에 있는 남해화학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구성한 민주노총 남해화학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8일 여수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승소 사실을 알리고 있다.남해화학비정규직지회 제공
집단해고와 고용 승계를 반복적으로 당한 전남 여수국가산단 남해화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항소심에서 정규직 지위를 인정받았다.
민주노총 남해화학비정규직지회는 8일 여수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2일 서울고법 민사38-3부(재판장 민지현)가 지회 소속 사내하청 작업자 45명이 남해화학주식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등에 관한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원고는 1985년부터 2015년까지 입사한 남해화학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다. 여수공장에서 비료를 제조하는 농협 자회사인 남해화학은 부두에서 공장으로 원료를 운반하거나 제품포장 공정을 하청업체에 맡기고 있다. 남해화학은 수차례 하청업체를 바꿔가며 도급 계약을 맺었고 하청업체가 바뀔 때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 불안을 겪고 있었다.
2015년부터 안정적인 고용을 위해 투쟁에 들어간 원고들은 남해화학으로부터 실질적인 업무 지시를 받아 파견 근로를 했다며 2018년 10월 법원에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했다. 파견법에 따라 2년 이상 종사한 노동자들은 남해화학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에 남해화학은 협력업체 업무와 인사권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재판이 진행되던 2019년 10월1일 하청업체가 또 바뀌면서 고용승계를 거부해 원고를 포함한 노동자 29명이 집단으로 해고됐다가 23일 만에 복귀했고 2021년 12월1일에도 35명이 집단해고 뒤 23일 만에 일터로 돌아가기도 했다.
2021년 10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원고 45명 중 37명을 남해화학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원고의 항소로 진행된 이번 재판에서는 1심 원고 전원이 남해화학의 근로자로 인정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남해화학은 작업 중 수시로 생산량, 생산시기를 알려주고 포장 업무 등을 지시했다”며 “사내 협력업체가 인력충원을 남해화학에 요청하는 등 남해화학이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해 근로자 파견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여수국가산단 사내하청노동자들이 원청의 직접 고용 의무를 묻는 최초의 집단소송에서 승소해 의미가 크다”며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지만 항소심 결과와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여 남해화학은 하청노동자들을 당장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부당해고한 노조 간부를 복직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2021년 11월 또다른 남해화학 하청노동자 14명이 참여한 2차 소송도 진행되고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