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김희중 천주교 광주대교구장의 집전으로 추모미사가 열리고 있다. 김용희 기자
“집은 온 가족이 안락하게 생활할 수 있는 따뜻한 보금자리가 돼야 합니다. 자본의 논리로 팔고 사는 수단이 돼 안타깝습니다.”
15일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희생자 추모미사를 집전한 김희중 천주교 광주대교구장은 희생자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날 김 대주교를 비롯한 광주대교구 소속 신부, 신자 100여명은 화정아이파크 합동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를 추모했다. 현장 추모미사는 그동안 사회적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온 김 대주교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주교는 “가톨릭교회에서 노동은 가장 고귀한 활동이고 그 중 집 짓는 일은 가장 안전한 공간을 만드는 활동”이라며 “그런데 집이 언제부터인가 따뜻한 보금자리가 아닌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팔고 사는 수단이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공사를 서두르고 비용을 아끼려다 무고한 사람이 생명을 잃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 우리는 그릇된 욕망의 끝이 죽음이라는 사실을 직접 확인했다”며 “우리나라는 세계적 수준의 건축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했지만 무너진 현장 앞에 모두 거짓이 됐다”고 지적했다. 김 대주교는 “유가족들의 고통이 가중되지 않도록 사고 관계 회사와 광주시, 서구청 등은 최선을 다해주시길 바란다. 사고로 희생되신 분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드리자”고 당부했다.
지난 12일 설치된 합동분향소에는 추모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오전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오후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을 비롯한 수십명이 조문했고 16일에는 서구 기독교 교단협의회, 광주불교연합회가 추모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앞서 11일 오후 3시36분께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2단지 아파트(총 39층) 신축 공사현장에서 최상층인 39층 바닥 콘크리트 타설 중 붕괴사고가 일어나 23층까지 무너졌다. 이 사고로 당시 작업을 하던 하청 노동자 6명이 매몰돼 숨졌다. 경찰은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과 하청업체 대표, 감리 등 13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건설산업기본법으로 입건해 사고 원인과 과실 여부를 수사 중이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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