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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사망에 전국 떠들썩…비에 젖은 5·18묘지는 차분

등록 2021-11-23 19:05수정 2021-11-23 21:53

희생자 유족 “발포 명령자는 꼭 밝혀야”
광주 북구 망월동에 있는 5·18 구묘역. 묘역 입구에는 전두환 비석이 박혀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광주 북구 망월동에 있는 5·18 구묘역. 묘역 입구에는 전두환 비석이 박혀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당신이 사는 세상은 전두환이 아니라 열사들이 만든 세상이다’

‘전두환 비석도 못 밟는 자는 망월동 방문 자격 없다’

23일 광주광역시 북구 망월동 5·18 구묘역은 황량한 분위기 속에서 이런 글귀를 담은 펼침막이 참배객들을 맞고 있었다. 이곳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희생자들이 안치됐던 곳으로, 민주화 투쟁의 상징적인 공간이다. 5·18 이후 이한열 등 1987년 6월 항쟁 희생자, 2016년 경찰 물대포에 의해 사망한 백남기 농민까지 민주주의를 외치다 산화한 열사 207명이 잠들어 있다. 정식 명칭은 광주 제1시립묘지 3묘역이지만 5·18구묘역, 민족민주열사묘역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묘지 입구에 박혀 있는 전두환 비석은 이른 아침부터 내린 비에 젖어 있었다. 비석에 적힌 ‘ㅈ두환 대통령’이라는 글자는 흙탕물 속에서 보였다 안보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에 비해 묘지에 놓은 국화꽃들은 선명하게 노랗거나 하얀 색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날 전두환씨의 사망으로 전국이 떠들썩했지만 5·18희생자 영령이 잠들어 있는 국립5·18민주묘지는 차분한 분위기였다. 1997년 조성된 국립5·18민주묘지에는 5·18구묘역에서 이장한 139명과 5·18 이후 세상을 떠난 유공자 등 893명이 안장돼 있다.

23일 광주 북구 5·18 구묘역에 전두환씨를 비판하는 각종 펼침막이 걸려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23일 광주 북구 5·18 구묘역에 전두환씨를 비판하는 각종 펼침막이 걸려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이날 묘지는 이따금 들리는 새소리가 적막감을 깰 뿐 묘지 관리인 이외에는 인적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창현군 등 5·18 당시 실종된 78명 중 63명이 잠든 행방불명자묘역(10묘역)도 묵묵히 빗방울을 맞고 있었다.

김범태 국립5·18민주묘지관리소장은 “전두환 비석을 밟기 위해 ‘비석이 어디에 있냐’고 묻는 참배객들이 가끔 있었지만, 오늘은 춥고 비가 와서 그런지 참배 발길이 많지 않다. 비가 그치는 내일부터는 참배객들이 종종 방문할 것으로 보여 친절히 안내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5·18민주묘지 2-34묘지에 잠든 소년 시민군 문재학(사망 당시 16살)군의 어머니 김길자(82)씨는 전씨 사망 소식을 듣고 오전 내내 집에서 멍한 상태로 있다고 했다. 지난 40여년 아들의 죽음이 누구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는지 밝혀내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김씨는 “전두환이 더 오래 살아서 진실을 밝히고 죽었어야 했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가버리니 정신이 멍하다. 전두환이 죽었어도 진상조사는 계속 이어져 누가 아들을 죽였는지 꼭 밝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1묘역 전경.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1묘역 전경.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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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전두환이란게시: 한겨레 2021년 11월 23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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