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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학살 뒤 ‘계속된 가해’ 41년…사과도 처벌도 없이 갔다

등록 2021-11-23 16:38수정 2021-11-23 20:05

[전두환 사망]
두번 대통령 취임 때마다 광주 찾아와
“타지역보다 더 모범적이 되라” 훈시도
비석은 옛5·18묘역서 30년동안 밟혀와
전두환씨가 1980년 9월 5일 광주 옛 전남도청 청사를 방문해 브리핑을 듣고 있다. 전남도청은 1980년 5월 시민군의 저항 거점이었다. 국가기록원 사진 갈무리
전두환씨가 1980년 9월 5일 광주 옛 전남도청 청사를 방문해 브리핑을 듣고 있다. 전남도청은 1980년 5월 시민군의 저항 거점이었다. 국가기록원 사진 갈무리

23일 사망한 전두환씨와 광주의 악연은 40년간 이어졌다.

전씨가 주도하던 신군부 진압으로 1980년 5·18민주화운동 때 희생된 민간인은 155명, 다쳤다가 사망한 시민(상이 후 사망자)은 110명이다. 또 행방불명자 81명, 부상자 2461명, 연행구금부상자 1145명, 연행·구금자 1447명, 기타 118명 등 5517명이 신군부의 폭력으로 큰 피해를 봤다. 12·12 및 5·18 재판에서 무고한 시민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다는 이유로 내란목적살인죄가 확정된 피고인은 보안사령관이었던 전씨 등 5명이다. 전씨는 1997년 4월17일 대법원에서 반란(내란)수괴·내란·내란목적살인 등 13가지의 죄목이 모두 유죄로 확정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가 사면 복권됐다.

광주시 북구 망월동 옛 5·18 묘지 들머리 땅에 박혀 있는 전두환씨 부부 민박기념비. 전씨 부부가 1982년 3월 광주에 오지 못하고 인근 전남 담양에서 숙박하고 세운 비다. 1989년 1월 광주전남민주동우회가 망월동 묘지 앞에 묻었다. 정대하 기자
광주시 북구 망월동 옛 5·18 묘지 들머리 땅에 박혀 있는 전두환씨 부부 민박기념비. 전씨 부부가 1982년 3월 광주에 오지 못하고 인근 전남 담양에서 숙박하고 세운 비다. 1989년 1월 광주전남민주동우회가 망월동 묘지 앞에 묻었다. 정대하 기자

법적 처벌을 받고도 전씨는 당당하기만 했다. 2017년 4월 출간된 <전두환 회고록>에서 5·18에 대해 “광주에서 양민에 대한 국군의 의도적이고 무차별적인 살상행위는 일어나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발포 명령이란 것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는 허위다. 대법원은 1980년 5월27일 광주재진입작전(상무충정작전)의 살상행위를 내란목적살인죄의 유죄 근거로 판단했다. 전씨를 포함한 피고인들이 5월27일 0시1분 이후에 실시하기로 최종 결정해 27일 새벽 특공조 부대원들이 총격을 가해 18명을 사망하게 한 살상행위를 저질렀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1심과 달리 법원은 2·3심에선 증거 부족을 이유로 5월27일 광주재진입작전만 내란목적살인죄 범위로 봤고, 5월27일 이외의 살상행위는 내란을 실행하는 폭동 과정에서 발생한 범죄로 판단했다.

1980년 5월27일 계엄군의 전남도청 진압작전 직후 노먼 소프 기자가 촬영한 안종필(앞)과 문재학군의 주검. 문군은 소설 &lt;소년이 온다&gt;의 실제 주인공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복원단)이 지난 5~7월 “5·18민주화운동 41주년을 맞아 옛 전남도청 별관 2층에서 연 노먼 소프(Norman Knute Thorpe) 전에서 공개된 사진이다. &lt;한겨레&gt; 자료 사진
1980년 5월27일 계엄군의 전남도청 진압작전 직후 노먼 소프 기자가 촬영한 안종필(앞)과 문재학군의 주검. 문군은 소설 <소년이 온다>의 실제 주인공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복원단)이 지난 5~7월 “5·18민주화운동 41주년을 맞아 옛 전남도청 별관 2층에서 연 노먼 소프(Norman Knute Thorpe) 전에서 공개된 사진이다. <한겨레> 자료 사진

하지만 대법원은 이 과정에서 ‘발포명령’은 있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전남도청 등을 장악하려면 무장시위대를 제압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교전이 불가피해 사상자가 생기게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작전을 강행하도록 명령했다”며 “그와 같은 살인 행위를 지시 내지 용인하는 의사가 있었음이 분명하고, 그 실시 명령에는 그 작전의 범위 내에서는 사람을 살해하여도 좋다는 ‘발포 명령’이 들어 있었음이 분명하다”고 판시했다. 전씨는 5·18민주화운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광주 시민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해 사람을 살상한 폭동 행위도 내란죄 유죄 판결을 받았다.

5·18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한 뒤 간접선거로 대통령에 당선된 전두환씨가 전 대통령이 1980년 9월 5일 광주 옛 전남도청 청사를 방문하고 있다. 국가기록원 사진 갈무리
5·18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한 뒤 간접선거로 대통령에 당선된 전두환씨가 전 대통령이 1980년 9월 5일 광주 옛 전남도청 청사를 방문하고 있다. 국가기록원 사진 갈무리

전씨가 광주 재판정에 선 것은 광주학살 38년만인 2018년 5월3일이다. 전해 펴낸 회고록에서 계엄군의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몬시뇰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이라고 표현해 조 신부 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기 때문이다. 전씨는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항소해 29일 결심공판 앞두고 있었다.

전씨는 대통령 재임 때 광주를 찾았지만, 환영받지 못했다. 전씨는 1980년 9월 1일 통일주체국민회의 간선선거인 이른바 ‘체육관선거’로 대통령에 당선된 뒤 첫 방문지로 호남을 선택했다. 9월5일 전남도청 청사를 방문한 전씨는 “국민들의 단합된 노력으로 해결되어 만족스럽다. 이제 더는 광주사태를 논의하면 안된다”고 ‘훈계’해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전씨는 이 자리에서 “이 지역이 명예와 자존심을 되찾고 타 지역보다 더 모범적이 되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7년 단임제’ 개헌 뒤 이듬해 1월 간접선거로 또다시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도, 광주를 찾았다. 2월18일 그가 광주를 방문한 날, 광주항쟁구속자가족회 가족들은 당시 광주와이엠시에이(YMCA) 앞에서 시위를 펼쳤다. 현장에서 정현애(전 오월머니집 관장)씨 등 5·18항쟁 참여자들과 가족들은 “광주의 구속자를 풀어달라”고 외쳤다. 앞서 1980년 10월25일 계엄사 1심 군사재판에선 5·18 관련자 5명에게 사형이, 7명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이외에 163명이 징역형을 80명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전씨는 1982년 3월10일 또 한차례 광주를 찾았지만, 광주에서 숙박하지 못했다. 전씨 부부가 당시 광주 인근 담양군 고서면 성산마을에서 1박을 하고 간 뒤, 마을유지 등이 기념비를 세우기도 했다. 광주·전남민주동우회는 1989년 1월13일 민박 기념비를 옮겨와 부순 뒤 5·18 영령들이 묻힌 망월동 묘지로 가는 들머리에 묻었다. 비석 옆 안내문엔 “5월 영령의 원혼을 달래는 마음으로 이 비석을 짓밟아 달라”고 적혀 있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밟았다는 ‘전두환 비석’이 바로 이 비석이다.

정대하 김용희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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