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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천후에 뜨지 못한 헬기…“대장님, 꼭 버텨주세요”

등록 2021-07-20 16:55수정 2021-07-21 02:08

김홍빈 산악대장 구조 난항

히말라야 14좌 완등 하산 후 실종
실족 뒤 “매우 춥다” 마지막 통화

“장애인 위해 남은 생 살겠다더니…”
파키스탄 등 국제사회 공조 나서
12일 히말라야 케이2 베이스캠프에서 등반 목표인 브로드피크를 살펴보는 김홍빈 산악대장. 김홍빈 대장 페이스북 갈무리
12일 히말라야 케이2 베이스캠프에서 등반 목표인 브로드피크를 살펴보는 김홍빈 산악대장. 김홍빈 대장 페이스북 갈무리
“김홍빈(57) 대장은 이번 등정만 성공하면 더이상 높은 산에 오르지 않으려고 했어요. 남은 인생은 장애인을 위해 살겠다고 했죠.”

20일 피길연 광주광역시산악연맹회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김 대장과의 마지막 대화를 이렇게 기억했다. 김 대장은 지난 18일 브로드피크(8047m) 정상에 오르며 장애인으로는 세계 처음으로 히말라야 8천m급 14좌 등정에 성공한 뒤, 이튿날 해발 7900m 부근 파키스탄과 중국의 접경 지역을 혼자 통과하다 크레바스(빙하 틈)에서 실족해 떨어진 뒤 실종된 상태다. 이에 외교부 요청에 파키스탄 당국 등이 수색·구조작업 공조에 나섰고, 전국 각지에서는 김 대장의 무사귀환을 비는 시민들의 염원이 이어졌다.

피 회장은 “평소 김 대장은 ‘나는 산에 다니면서 여러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하곤 했다. 히말라야 14좌 등반에 성공하면 더이상 높은 산에 오르지 않고 사단법인 ‘김홍빈과 희망만들기’를 통해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 청소년들에게 희망과 도전 정신을 전파하려 했다. 이번 등반은 김 대장의 마지막 도전이어서 더욱 안타깝다”며 울먹였다.

김 대장은 실족 뒤 지인과 한 마지막 통화에서 “매우 춥다”는 마지막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0시께 조난당한 김 대장이 새벽 5시55분 위성전화로 피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구조 요청을 하려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김 대장은 한국에 있는 다른 지인에게 연락해 “등강기(주마) 2개가 필요하다. (베이스캠프와) 무전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지인은 “무전기 배터리가 충분하냐”고 물었지만 김 대장은 “매우 춥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겼다고 피 회장은 전했다.

김 대장은 같은 시각 위성전화로 구조 요청을 보내, 캠프4(7570m)에 대기하던 러시아 등반대가 오전 11시께 현장에 도착해 구조작업을 펼쳤다. 러시아 구조대가 도착할 당시 김 대장은 손을 흔드는 등 의식이 있어 구조대는 마실 물을 전달하기도 했다. 김 대장은 구조대의 등강기를 이용해 15m 정도 끌어올려졌으나 줄이 헐거워지면서 아래쪽으로 추락했고 연락이 두절됐다. 외교부 요청에 파키스탄 당국은 이날 육군 항공구조대 헬기를 투입해 현장 수색에 나서려 했지만,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 뜨지 못했다.

김 대장 사고 소식이 전해지며 온라인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그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마지막까지 희망을 갖고, 간절한 마음으로 김 대장의 구조와 무사귀환 소식을 국민과 함께 기다리겠다”는 글을 올렸다. 김 대장 관련 기사들에도 ‘대장님 꼭 돌아오세요’, ‘무사귀환을 빕니다’ 등의 댓글이 잇따랐다.

전남 고흥 출신인 김 대장은 1991년 북미 최고봉 매킨리산(6194m) 단독 등반 중 사고를 당해 동상으로 열 손가락을 모두 잃었지만 등반을 포기하지 않아 ‘열 손가락이 없는 불굴의 산악인’으로 불렸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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