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남의 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ㄱ씨가 지난 6월 3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동거남의 9살 아들을 여행용 가방 안에 가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40대가 법정에서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15일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1부(재판장 채대원)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동거남의 아들인 ㄱ(9)군을 지속해 학대하고 7시간가량 여행용 가방 안에 가둬 숨지게 한 혐의(살인, 상습 아동학대, 특수상해 등)로 구속기소된 성아무개(42)씨는 상습적인 학대와 폭행을 인정했다. 하지만 “살해할 고의는 없었다”며 살인 혐의는 부인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을 보면, 성씨는 지난 5월5일께 ㄱ군의 머리 부분을 요가링(운동기구)으로 때려 다치게 한 것을 비롯해 지난해 7월께부터 지난 5월28일까지 12차례에 걸쳐 ㄱ군을 학대했다.
검찰은 성씨가 ㄱ군이 숨질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보고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지난 6월1일 정오께 ㄱ군을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게 하고 약 3시간 뒤 더 작은 가방에 다시 들어가게 했다. 성씨는 ㄱ군이 숨이 안 쉬어진다고 수차례 호소했으나 가방에 올라가 수차례 구르고 헤어드라이어 바람을 가방 안에 불어넣는 등의 학대를 이어갔다”고 밝혔다.
하지만 성씨는 상습 아동학대, 특수상해 등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일부 검찰의 공소사실은 부인했다. 성씨 쪽 변호인은 “성씨가 ㄱ군이 들어가 있는 가방 위에서 뛰는듯한 행동을 한 적은 있으나 실제로 두 발이 떨어질 정도로 뛰진 않았고, ㄱ군이 가방이 벌어진 틈으로 손을 내밀어 다시 넣게 하기 위해 손을 향해 헤어드라이어를 몇초 정도 켠 적은 있으나 가방을 열고 뜨거운 바람을 가방 안으로 불어넣은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성씨의 범행 동기도 설명했다. 검찰은 “2018년 초께 성씨가 ㄱ군의 아버지와 동거를 시작한 뒤 평소 ㄱ군과 자신의 친아들이 게임기 문제 등으로 자주 다투자 점차 ㄱ군에 대해 불만을 가지게 됐고, ㄱ군이 거짓말을 하고 가족의 물건을 함부로 버린다고 의심해 수시로 ㄱ군을 벌주거나 폭행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이런 과정에서 이미 친모와 조부모 등 2차례 양육자 변동을 겪은 ㄱ군은 친부의 출장으로 인한 잦은 부재와 성씨의 지속적인 체벌과 꾸지람 등으로 점차 심리적으로 피고인의 지배적인 영향력 아래 놓이면서 자신의 잘못을 허위로 인정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재판에서 성씨가 ㄱ군의 친동생을 학대한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은 “2018년 초부터 ㄱ군의 친동생도 성씨와 함께 살았으나 성씨의 체벌 등으로 동생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지난해 4월 친모에게 보내졌다”고 밝혔다.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가 동거남의 아들인 ㄱ(9)군을 7시간가량 가방 안에 가둬 숨지게 한 혐의(살인, 상습 아동학대, 특수상해)로 기소된 성아무개(42)씨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15일 오전 대전지검 천안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씨가 ㄱ군의 친동생을 학대한 정황과 관련해 고발장을 접수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성씨가 ㄱ군의 친동생을 학대한 것과 관련해 대전지검 천안지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이날 천안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ㄱ군의 친동생은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이유도 모른 채 성씨에게 맞았다고 증언한다”며 “성씨가 친동생을 학대한 부분도 함께 처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씨의 다음 재판은 다음 달 19일 오전 10시 열릴 예정이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