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도연맹 등으로 이뤄진 충북 농민수당추진위원회가 지난해 11월27일 충북도청 앞에서 농민수당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주민발의로 추진되고 있는 충북 농민수당이 가시화하고 있다. 반면, 충북도가 농민수당 대안으로 제시한 농가 기본소득제는 사실상 폐지 수순에 접어들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도연맹 등으로 이뤄진 충북 농민수당추진위원회는 주민발의로 청구한 ‘충북 농민수당 지급에 관한 조례(안)’가 충북도 조례·규칙 심의를 통과했다고 9일 밝혔다. 앞서 충북 농민수당추진위는 지난해 11월27일 충북지역 농민 등 2만4128명한테서 서명을 받아 농민수당 조례 주민발의를 청구했다. 충북도 조례·규칙 심의위는 청구인 명부 검토를 통해 2만1586명의 서명을 유효 서명으로 확인했다. 이에 따라 주민발의 청구 요건(충북 유권자의 1%, 1만3289명)을 충족했다.
주민발의 농민수당 조례안이 조례 규칙·심의를 통과하면서 충북도는 60일 안(4월 1일)에 충북도의회에 농민수당 관련 조례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 조례안은 농업 경영체로 등록된 충북지역 농업인(7만여명)에게 다달이 10만원씩 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농민수당제 도입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다만 농민수당 규모, 대상, 시기 등은 달라질 수 있다. 앞서 농민수당을 도입한 전남과 전북은 농민수당을 다달이 5만원씩 지급하기로 했으며, 충남 등은 여성 농업인에게도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충북도와 농민단체 등은 농민수당 등 지역 농정 전반을 논의하는 민관 협치기구 ‘충북 농정위원회’(가칭)를 꾸리기로 했다. 이상정 충북도의회 의원은 “농민, 시민사회단체, 충북도, 학계, 의회 등이 농정위원회를 꾸려 농민수당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농민수당을 먼저 도입한 자치단체 등의 사례, 충북도의 재정 등을 종합 검토해 농민수당의 범위, 대상, 규모 등을 정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충북도가 농민수당의 대안으로 도입하려던 ‘충북형 농가 기본 소득 보장제’는 사실상 폐지 수순이다. 앞서 충북도는 농지면적 0.5㏊ 이하, 연간 소득 500만원 이하 저소득 농가(4500여곳)에 연 50만~120만원을 차등 지원하는 농가 기본소득 보장제 시행을 추진했다. 도는 지난해 11월 관련 예산(10억4700만원)을 편성해 도의회에 제출했지만, 도의회는 농민수당과 충돌 가능성 등을 들어 이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농정위원회가 꾸려지면 농민수당과 함께 농가 기본소득 보장제도 논의해 볼 순 있지만 의회의 반대 뜻이 완강해 부활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상정 도의원은 “애초 도가 농민 등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농가 기본소득제를 추진했다. 농민수당이 가시화하면서 농가 기본 소득제는 사실상 폐지됐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글·사진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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