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대전 유성구 한 초등학교 앞에 근조 화환들이 놓여있다. 이 학교 교사 ㅅ(42)씨는 악성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다 최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최예린 기자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 초등학교 교사가 병가로 자리를 비운 사이 후임으로 왔던 기간제 교사도 학생들의 문제 행동과 학부모 민원을 견디지 못하고 20일 만에 그만뒀다는 증언이 나왔다.
대전교사노조는 19일 이런 내용의 기간제 교사 ㄱ씨의 증언을 공개했다. 35년 경력의 ㄱ씨는 2019년 11월 최근 숨진 유성구 한 초등학교 교사 ㅅ(42)씨의 후임으로 해당 반을 맡았는데, 당시 학생 4명의 문제 행동으로 힘들었다고 증언했다. 4명의 학생은 ㅅ교사가 생전 대전교사노조에 제보한 내용에 등장하는 문제의 학생들이다.
ㅅ교사가 이 학생들의 문제 행동과 악성 학부모 민원으로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병가에 들어간 사이 ㄱ씨가 해당 반의 담임을 맡았는데, 이때도 문제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ㄱ씨는 교사노조에 “보통 1학년 학급은 해맑고 명랑한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당시 학급은 문제로 거론되는 ‘4인방’의 기가 너무 세서 다른 학생들이 주눅 들어 있는 무겁고 어두운 느낌을 받았다”며 “출근한 첫날 관리자 등이 ㄴ학생을 비롯한 나머지 학생들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으며, 특히 ㄴ학생은 뭘 해도 내버려 두라는 조언을 받았다”고 말했다.
4명의 학생 중 1명이 다른 친구의 손등을 심하게 꼬집으며 괴롭히는 행동을 하자 따로 불러 지도를 한 ㄱ씨는 관련 일로 관리자로부터 “해당 일로 학부모가 기분 나빠한다”는 내용을 전달 받았다고 한다. ㄱ씨는 “정당한 지도임에도 민원을 받았다는 것, 학생들로부터 교권 침해를 당해도 교사로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점 등으로 더는 기간제 근무를 이어가기 힘들 것 같아 그만뒀다”고 했다.
이윤경 대전교사노조 위원장은 “35년차 기간제 교사도 감당하기 힘들었던 고통을 고인이 된 선생님은 혼자 감내했다”며 “교권 침해로부터 보호받을 장치가 없이 교사 혼자 싸우고 감내해야 하는 현실은 달라지지 않고 여전하다”고 말했다.
한편, 초등교사노조와 대전교사노조는 오는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숨진 ㅅ교사에 대한 순직 인정을 촉구할 예정이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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