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대전 유성구 한 초등학교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붙은 추모 글들. 이 학교 교사 ㅅ(42)씨는 악성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다 최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최예린 기자
최근 학부모 악성민원으로 인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전 초등교사 ㅅ씨 유족이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초등교사노조)은 13일 “오늘 오전 대전교사노동조합(대전교사노조) 사무실에서 유가족과 자문 변호사, 대전교사노조 위원장, 초등교사노조 위원장 등이 모여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며 “(유족이) 악성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고소 등 법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족은 생전 고인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진 학부모 4명에 대해 명예훼손, 사자명예훼손, 강요, 협박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기로 했다.
유족과 대전교사노조, 초등교사노조는 또 해당 교사가 악성민원으로 고통받았을 당시 학교 관리자의 대응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당시 교권보호위원회가 개최되지 않은 사유와 장기간 교권 침해를 당했음에도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한 이유 등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고발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대전시교육청에는 공무상 재해를 인정해 순직 처리할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ㅅ씨는 2019년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을 맡았을 당시 일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교사노조에 따르면, ㅅ씨가 학생을 훈육한 것을 두고 이 학생의 부모가 ‘아이에게 망신을 주었다’며 학교와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한 데 이어 아동학대 등 혐의로 ㅅ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ㅅ씨는 2020년 10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ㅅ씨는 학교 쪽에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ㅅ씨는 다수 아이들 앞에서 학생을 혼을 냈다는 등의 이유로 학부모로부터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심의 대상도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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