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전 대전 대덕구 한 고등학교에서 괴한이 40대 교사를 흉기로 찌르고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해당 고등학교에 경찰과 기자들이 몰려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한겨레 h730’을 쳐보세요.
최근 대전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교사 피습 사건과 관련해 범행 현장을 목격한 교사들에게 심리치료 대신 ‘아로마 요법’을 시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시교육청은 지난 4일 대전 대덕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20대 남성이 40대 교사를 흉기로 공격하는 사건이 벌어진 뒤 현장을 목격한 교사뿐 아니라, 이 학교의 모든 교직원을 에듀힐링센터에 보내 심리지원을 하기로 했다. 범행 당시 교무실에서 현장을 목격한 교사는 8명이었다. 대전시교육청이 운영하는 에듀힐링센터는 교사와 학부모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상담 서비스 제공 기관이다.
문제는 심리지원 과정에서 발생했다. 에듀힐링센터가 범행 현장을 목격한 교사들에게 사건 당일 시행한 지원 활동은 아로마 향기를 맡게 한 뒤 호흡법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상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일부 교사들은 상담도 진행하지 않은 채 아로마 요법을 시행한 것을 두고 ‘황당하다’며 시교육청이 제공하는 심리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대전시교육청은 “아로마 요법은 심리 안정을 위한 처치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본격적인 심리상담은 사건 다음날부터 트라우마 위기 스크리닝을 통해 가려진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별도로 실시하고 있다는 게 교육청의 설명이다. 교사별로 상담·치료 기관과 연결해주고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지원을 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심리상담 전문가들은 목격자에 대한 심리지원 역시 시간을 두고 정교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범죄 공간’에 대한 트라우마 극복 치료가 우선 이뤄져야 한다는 게 이들의 조언이다. 심리치료 전문가인 오선미 한예술치료교육연구소장은 “강력범죄를 목격할 경우 당장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이 발현되지 않는 사례도 있어 한달 정도는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며 “이 학교 교사·학생들의 경우 직장과 학습 공간이 범죄 현장이 된 건데, 이럴 경우 매일 가야 하는 공간에 대한 회피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상담 기관에서 치료도 중요하지만, 범죄 공간인 학교에도 전문가를 투입해 집단 상담 등이 이뤄질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선희 대전시교육청 에듀힐링 담당 장학관은 “지금까지 사건 발생 학교 교사 27명을 심리치료·상담 기관과 연결해 트라우마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병원 치료가 필요한 교사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후에 치료비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안내했다. 학교 안에서의 집단 상담 필요성에 대해서는 전문가 의견을 들어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흉기 사건 당시 학교에 있었던 학생들에 대한 심리지원은 대전시교육청 위(Wee)센터에서 맡았다. 위센터는 학생 위기 상담 종합서비스를 하는 곳이다. 일반적으로 범죄 목격자에 대한 심리지원은 범죄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법무부가 운영하는 스마일센터에서 제공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학교 안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경찰과 협의 뒤 대전시교육청이 맡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