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희 충북도의회 의원이 12일 충북도청 브리핑실에서 지난달 30일 제천 봉황산 산불 당시 김영환 충북지사가 과음하고 노래까지 불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오윤주 기자
지난달 30일 제천 봉황산 산불 당시 김영환 충북지사가 한 모임에 참석해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김 지사는 ‘밤늦은 도정활동’이었다며, 거짓 의혹 제기에 법적 대응 입장을 밝혔다.
박진희 충북도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은 12일 충북도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 지사가 지난달 30일 밤 충주의 한 주점에서 청년 등과 소주·맥주를 섞은 ‘폭탄주’ 20여잔을 마시고 노래까지 불렀다는 2명 이상 동석자의 제보를 받았다. 그 시간 소방대원 등 200여명은 생명을 걸고 제천 산불 화재를 진압하고 있었다. 김 지사는 참 나쁜 도지사”라고 주장했다. 애초 김 지사 쪽은 술판 의혹이 불거지자 ‘물 만 마셨다’고 했다가, ‘한잔을 채 마시지 않았다’, ‘술판을 벌인 것이라면 지사 자격이 없을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상기된 얼굴의 김영환 충북지사. 박진희 의원 제공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달 30일 밤 충주의 한 주점에서 건배사를 하고 있다. 박진희 의원 제공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달 30일 충주의 한 주점에서 청년 등과 잔을 부딪치고 있다. 박진희 의원 제공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달 30일 밤 충주의 한 주점에서 술잔을 들고 있다. 박진희 의원 제공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달 30일 밤 충주의 한 주점에서 건배사를 하고 있다. 박진희 의원 제공
박 의원은 이날 김 지사가 상기된 얼굴로 술잔을 들고 있는 사진 10여장도 공개했다. 박 의원은 “김 지사가 음주 자체를 부인하더니 이젠 술판은 아니라고 말을 바꿨다. 술을 마시고 노래까지 부른 게 술판이 아니면 뭐가 술판인가. ‘산불 와중에 술판을 벌였다면 도지사 자격이 없다’고 한 김 지사 본인의 발언에 책임을 지라”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제보 녹취록과 확보한 사진 등을 추가 폭로할 뜻을 비쳤다.
하지만 이날 박 의원 기자회견 뒤 당시 주점 주인, 행사 참석자 등은 ‘폭탄주 20여잔’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은 “당시 주점 안에선 청년 간담회, 충주 시민단체 현안 건의 등 두 가지 행사가 동시에 있어 김 지사가 자리를 옮겨 가며 술잔을 부딪치고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노래를 부르기는 했지만 술을 마시는 장면은 보지 못했다. 폭탄주 20여잔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날 아침 8시16분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련 글을 올렸다. 김 지사는 “당일 밤 9시50분께 청년 등이 모인 주점에 가서 50분 정도 대화를 나눴다. 민심 청취를 위한 밤 늦은 도정활동이었다”며 “술판이 벌어질 상황이 아니었다. 명예회복을 위해 사법적 판단을 구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제천 산불 상황은 시시각각 보고를 받고 있었고, 당시 주민 대피령이 해제되고 헬기가 철수하는 등 곧 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며 “약속된 일정이었지만 산불이 꺼지지 않은 상황에서 양해를 구하고 가지 말았으면 좋았을 걸 하는 회한도 남는다”고 썼다.
이날 오후 윤홍창 충북도 대변인도 입장문을 내어 “당시 여러 차례 건배가 있었고 김 지사가 열기에 부응하기 위해 한 두잔 마셨다. 박 의원의 ‘폭탄주 20여잔’ 주장은 사실을 호도한 거짓 선동”이라며 “당시 화재가 85% 진화됐더라도 진화 작업이 한창이었는데, 술을 마시고 노래를 사양하지 않은 사려 깊지 않은 행동을 도민께 사과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오후 1시6분께 제천시 봉양읍 봉황산에서 산불이 났으며, 임야 21㏊를 태우고 다음날 오전 9시30분께 진화됐다. 산불 현장과 김 지사가 참석한 충주 주점과 40㎞남짓 떨어져 있다. 김 지사 쪽은 “현장 지휘체계를 어지럽혀 진압 작전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현장에 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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