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산불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전국에서 33건의 산불이 나 하루 발생 건수로 역대 세번째를 기록했고, 아직 4월인데도 이미 2021년 전체 산불 건수와 피해 면적을 넘어섰다. 유난히 잦아지고 대형화하는 산불에 경각심을 갖고 대처해도 모자랄 판에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안이하고 몰지각한 산불 대처가 지탄을 받고 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지난달 31일 오후 5시30분께 춘천의 한 골프연습장을 찾아 20여분간 골프를 쳤다. 식목일 행사 뒤 도청으로 복귀하던 길이었다고 한다. 평소 같아도 일과 시간에 해선 안 될 행동이다. 더구나 그날 오후 3시49분께 강원 홍천군 가리산휴양림 인근에서 산불이 발생해 소방헬기 7대와 진화대원 117명이 투입돼 2시간 넘게 사투를 벌여 오후 6시1분께 주불을 잡았다. 김 지사가 골프 연습을 하던 때였다. 이날 오후 2시37분께에도 원주시 야산에 불이 번져 1시간20분 만에 진화됐다. 전날인 30일에도 화천군 산불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 이미 지난주부터 강원도에는 산불위기경보 ‘경계’가 내려진 상황이었다. 강원도는 산불방지대책본부를 운영하며 지난 3월6일부터 4월30일까지 ‘산불특별대책 기간’으로 정하고, 산불 상황대응실도 24시간 비상근무체계를 유지하도록 했다. 김 지사가 대책본부장이다. 김 지사는 “산불로부터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낼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직원들에겐 24시간 비상근무체계를 유지하도록 하고, 본인은 근무시간에 골프연습장에서 총력을 다한 것인가.
해명도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수준이다. 도는 김 지사가 1시간 연가를 냈다고 해명했는데, 연가 처리는 사흘 뒤에 이뤄졌다. 문제가 생기니 뒤늦게 끼워맞춘 건 아닌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연가를 냈다 해서 면책될 사안도 아니다. 김 지사는 지난해 레고랜드 채무 지급보증 이행을 거부해 기업어음 시장에 일대 혼란을 초래한 장본인이다. 무책임 무능 행정이 고질적이란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아울러 김영환 충북지사도 제천 봉황산에 산불이 난 지난달 30일 저녁 술자리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을 받고 있다. 김 지사 쪽은 “산불 상황이 안정된 것을 확인하고 모임에 참석했다”고 하지만 산불은 다음날 오전에야 진화됐다. 현장에서 화마와 싸운 소방인력과 불안 속에 밤을 지새운 주민들을 생각한다면 이 역시 도정 책임자로서 직분을 망각한 행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