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의동맹,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지역에너지전환네트워크, 민주노총 등 단체 활동가들이 15일 오전 세종시 어진동 ‘2050 탄소중립녹생성장위원회’ 출입구 앞에서 기습시위를 벌이고 있다. 최예린 기자
“밀실 논의·위법 구성·기업 민원창구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이런 곳은 필요 없다.”
15일 오전 11시 세종시 어진동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현관에는 탄녹위를 비판하는 문구들이 가득 붙었다. 탄녹위 출입구를 막고 기습시위를 벌인 기후정의동맹,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지역에너지전환 전국네트워크, 민주노총 등 환경·노동 단체들이 붙였다.
이들은 시위 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이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밀실에서 논의되고 있다”며 “기후위기에 막대한 책임이 있는 기업들의 민원을 해결하려 안간힘을 쓰는 이 정부의 행태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기본계획 수립 과정이 절차적 정당성을 잃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생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에 따르면 이 법은 오는 25일까지 수립돼야 한다. 탄녹위는 법정 기한을 3일 앞둔 오는 22일 관련 공청회를 열 예정이긴 하지만, 법안의 주요 내용은 아직까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탄소중립기본법 7조는 “(기본법 수립에 앞서) 공청회를 개최하고 전문가, 국민,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들은 “오직 기업들의 민원과 고충을 듣기 위한 편향된 의견수렴만 있을 뿐, 그 어떤 이해 당사자와의 대화와 소통이 없다”며 “탄소중립기본법 15조는 청년·여성·노동자·농어민 등 다양한 사회계층의 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탄녹위의 절대 다수가 교수, 전문가, 경제단체와 기업을 대표하는 이들”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용이 일부 확인된 계획 초안에는 산업 부분 감축 목표를 14.5%에서 5%로 줄이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며 “국내 전체 배출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 부문에 면죄부를 주는 것은 오염자 부담 원칙을 부정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신근정 지역에너지전환 전국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정부의 탄소중립 기본계획이 발표되면, 이 계획에 따라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도 관련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며 “그러나 정부가 계획의 초안도 공개하지 않아, 지역에서는 계획에 담겨야 하는 내용에 대한 어떤 의견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은 “탄녹위는 ‘탄소중립’보다 ‘녹색성장’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경제 성장을 잘 할 수 있을지가 목적이지 기후위기 대응에는 진정한 관심이 없다”며 “환경부는 환경산업부로, 탄녹위는 기업들 민원창구로 전락했다. 이런 탄녹위는 필요 없다. 당장 해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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