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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충 소나무에 ‘독성 농약’, 숲도 같이 죽는다…‘천적 방제’ 어떨까

등록 2023-02-21 09:00수정 2023-02-21 09:26

산림청 대형 헬기가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를 하고 있다. 대규모 항공방제는 독성 논란 등이 일자 지난해부터 사실상 중단됐다. 산림청 제공
산림청 대형 헬기가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를 하고 있다. 대규모 항공방제는 독성 논란 등이 일자 지난해부터 사실상 중단됐다. 산림청 제공

30년 넘게 이어온 길고 질긴 싸움에도 여전히 뾰족한 해답은 찾지 못했다. 미국과 일본, 대만 등 여러 나라에서도 묘수 찾기가 한창이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소나무가 말라죽고, 소나무 병을 치료하다가 숲이 망가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 올해 발생 예측치 최근 5년 평균의 2배

1988년 부산에서 처음 발견된 ‘소나무재선충병’은 솔수염하늘소 같은 곤충을 매개로 확산된다. 매개 곤충이 소나무를 갉아먹는 과정에서 곤충 안에 있던 선충이 소나무 안으로 침입한다. 선충이 침투한 소나무는 잎부터 갈색으로 변하며 서서히 말라죽는다.

산림청은 올해 소나무 93만그루가 이 병에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예측치는 최근 5년간 평균 감염 규모(30만~40만그루)의 두배가 넘는 규모다. 2007년과 2014년에 이어 올해 3차 대유행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앞선 두 유행기 때 고사한 소나무는 각각 137만, 218만그루다.

산림청이 소나무재선충병이 발생한 전남 광양의 한 야산에서 모두베기를 한 뒤 후속 조처를 협의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산림청이 소나무재선충병이 발생한 전남 광양의 한 야산에서 모두베기를 한 뒤 후속 조처를 협의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전국 소나무재선충 피해 지역. 산림청 제공
전국 소나무재선충 피해 지역. 산림청 제공

3차 유행 우려가 나오는 까닭은 매개충에게 유리한 서식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산불이 잦아 죽은 나무가 크게 늘었고 따뜻하고 건조한 겨울 날씨가 이어졌다. 국립산림과학원 쪽은 “4~5월 성충이 되는 솔수염하늘소는 이후 3개월 동안 소나무를 갉아먹은 뒤 주변의 죽은 나무에 알을 낳는다. 산불 피해 지역과 건강한 소나무 군락이 경계를 이룬 숲을 집중 예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려가 확산되면서 ‘방제’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전통적 방제법은 이미 한계에 도달한데다 부작용도 가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 소나무 보호하다 숲 생태계 훼손할라

소나무재선충병의 주된 방제 방식은 크게 두가지다. 감염목과 주변 소나무를 잘라낸 뒤 소각하는 물리적 방제와 살충제(약제)를 나무에 주입해 선충을 잡는 화학적 방제다. 화학적 방제는 주사기 주입법과 ▶항공 살포법◀으로 또 나뉜다.

이 방식들이 감염 차단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두 방식 모두 숲 생태계를 파괴하거나 교란시킬 위험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물리적 방제는 나무 자체를 없애버리기에, 화학적 방제는 사용된 살충제의 맹독성 탓에 여러 위험이 뒤따른다.

산림청 관계자가 소나무에서 재선충병 감염 여부를 검사할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산림청 관계자가 소나무에서 재선충병 감염 여부를 검사할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실제로 주사 약제인 아바멕틴 벤조에이트(1.8% 유제) 제품 겉면에는 살충제(농약), 보통 독성(어독성 1급)이란 표기가 붙어 있다. ‘어독성 1급’은 48시간 내 잉어 10마리 중 5마리를 죽일 수 있는 독성 수준이란 뜻이다.

윤상갑 산림기술사는 “농약을 주기적으로 주사하지 않으면 감염이 재발되는 방식을 방제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자칫 소나무 살리자고 숲 생태계 전체를 망가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가 제안하는 것은 “해충(매개충)의 천적 연구 등을 통해 방제 대안을 찾자”는 것이다. 농약 주입은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립공원공단도 기존 방제 방식을 최소화하고 ‘생물적 방제’를 병행하는 종합 방제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 생물적 방제의 현주소

생물적 방제법은 다양하다. 현재 일부는 연구 중이고, 일부는 시범 적용되고 있다. 우선 국립공원연구원이 2020년부터 3년간 한려해상국립공원 안 거제 화도에서 실험한 방식이 있다. 선충을 잡아먹는 ‘천적 곰팡이’(Esteya vermicola)를 소나무에 주입하는 식이다. 의미 있는 결과가 나타났다. 곰팡이를 주입한 구역과 그렇지 않은 구역의 건강목 생존율 사이에서 의미 있는 차이가 나타난 것이다.

구체적으로 주사 주입 구역의 1년차와 2년차 생존율은 각각 91%, 59.6~84.3%였다. 반면 주사 미주입 구역 생존율은 같은 기간 각각 55.9~86%, 33.3~69.9%로 나타났다. 적어도 주사 주입 후 2년까지는 방제 효과가 뚜렷이 나타난 셈이다.

국립공원연구원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거제 화도에서 진행한 천적 곰팡이 실험 결과 그래프. 곰팡이 배양액을 주사한 처리구가 주사하지 않은 무처리구보다 생존율이 높았다. 국립공원연구원 제공
국립공원연구원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거제 화도에서 진행한 천적 곰팡이 실험 결과 그래프. 곰팡이 배양액을 주사한 처리구가 주사하지 않은 무처리구보다 생존율이 높았다. 국립공원연구원 제공

하지만 주사 주입 후 3년차에선 효과가 뚝 떨어졌다. 연구 책임자 한태만 박사는 “3년차에는 건강목 생존율이 크게 떨어졌다”며 “곰팡이 주사와 함께 감염목과 고사목을 함께 제거하는 물리적 방제를 병행하면 방제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매개충의 유충에 기생하며 알을 낳는 벌을 대량 사육해 유충을 잡는 방제법도 있다. 앞선 ‘천적 곰팡이 방제법’이 선충을 겨냥한다면, 벌을 활용한 방제는 매개충을 없애는 방식인 셈이다. 국립수목원이 실험에 나섰다. 그러나 넙적머리푸른고치벌과 가시고치벌이 다른 벌에 견줘 기생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두 종의 기생률도 방제에 유의미한 효과를 기대할 만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해서다. 국립수목원의 김일권 책임연구원은 “기생률이 30%를 넘는 경우도 있었으나 평균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소나무재선충병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 산림과학원 제공
소나무재선충병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 산림과학원 제공

또 다른 방제법은 소나무의 면역력을 키우는 데 주력한다. 소나무의 저항성을 높이는 유도물질(바실러스 튜링겐시스·Bacillus thuringiensis)을 살포하는 방식인데, 산림청은 이 방제법의 효과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고 있다. 한 예로 산림과학원 의뢰로 전남대 연구팀이 지난해 거제 화도에서 유도물질 방제 실험을 했으나 그 결과를 놓고 평가가 엇갈렸다. 전남대 연구팀은 “효과가 컸다”고 보고했으나 실험 결과를 재검증한 산림과학원 쪽은 “유의미한 효과는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 종합 방제로 가려면…

생물적 방제를 포함하는 종합 방제로 가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는 전문가는 없다. 현재 방제법이 갖는 한계와 부작용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제 실무자들은 생물적 방제의 효과가 더 뚜렷해져야 종합 방제로의 전환 논의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아직까지는 감염된 나무를 베어버리거나 살충제를 쓰는 화학적 방제를 포기할 수 없다는 얘기다.

국립공원연구원이 2021~2022년 경주에서 진행한 천적 곰팡이 실험 현장, 노란 선 안이 곰팡이 배양액을 주사한 구역이다. 노란 선 안 구역은 2021년 감염목이 2그루(원점)에서 1년 뒤 1그루(화살표)가 늘었으나 주사하지 않은 바깥쪽 구역은 15그루(화살표)가 감염됐다. 국립공원공단 제공
국립공원연구원이 2021~2022년 경주에서 진행한 천적 곰팡이 실험 현장, 노란 선 안이 곰팡이 배양액을 주사한 구역이다. 노란 선 안 구역은 2021년 감염목이 2그루(원점)에서 1년 뒤 1그루(화살표)가 늘었으나 주사하지 않은 바깥쪽 구역은 15그루(화살표)가 감염됐다. 국립공원공단 제공

한혜림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과장은 “천적 곰팡이는 선충을 잡아먹지만, 선충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데 한계가 있는 탓에 방제 효과가 18~20% 정도에 머물고 있다. 유도물질 방제법도 초본류엔 효과가 있었지만 껍질이 두꺼운 목본류에서는 성과가 매우 낮았다”고 말했다. 대안 방제법이 좀 더 유의미한 성과를 내놓아야 전면 도입 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는 취지다.

학계에선 대안 방제법의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고 도입을 망설일 게 아니라, 연구 지원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까지 알려진 매개충 말고도 또 다른 매개충이 출현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연구 범위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름 밝히길 꺼린 한 대학의 생물학 교수는 “종합 방제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 생물적 방제에 대한 연구 강화는 당연한 수순”이라며 “단기 성과만 보고 실망하거나 지원을 중단한다면 소나무와 숲 생태계를 함께 지키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권 국립수목원 책임연구원도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도 화학적 방제를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 천적 연구를 부쩍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혜영 산림청 산림재난통제관은 “소나무에 중점을 둔 방제에서 벗어나 생태계를 고려한 방제를 해야 한다는 여론은 분명히 높아지고 있다. 산림 병해충 약제전문가협의회를 꾸려 대체 약제 및 매개충 구제 방안 등 방제 개선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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